탈북 시인 이가연 두 번째 시집 '엄마를 기다리며…'
"갈수록 어려운 한국생활…시가 애인이죠"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탈북 여대생이며 시인인 이가연(28) 씨가 두 번째 시집을 펴냈다. 시집 제목은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는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다. / 내리는 물에 쌀을 씻고 / 오르는 불에 밥을 짓는다. // 푹 띄운 흰쌀 밥 / 가랑잎에 푹푹 담아 / 식탁에 음식을 차린다. // 새벽바람이 문 열고 찾아오고 / 해님이 문 열고 다녀가지만 / 엄마만은 오지 않는다."(생일)
첫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에서 흰 쌀밥을 배불리 먹게 된 한국에서의 새 삶을 적은 시인은 두 번째 작품집에서는 주로 북녘에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의 염원을 다뤘다.
전화로 만난 이가연 시인은 "'엄마를 기다리며…'라는 표제는 좁게는 탈북자와 실향민을 생각한 것이고 넓게는 이 땅에서 어딘가에 있는 엄마를 기다리는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탈북자로서 제가 할 일이 뭘까 고민해봤어요. 그러다가 '통일시집'을 내서, 정서의 공감대를 넓히고 나눔을 하자고 생각해 이 시집을 내게 됐습니다."
그의 말처럼 시집에는 통일에 대한 간절함과 떠나 온 북녘 땅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내가 지금 통일을 원하는지 / 원하는지 않는지 / 가끔 잃어버릴 때가 있지요. // 그럼 마음상자에 / 손 넣어 보세요. // '우리나라 지도는 / 어떻게 생겼나요?' // 옹근 지도가 / 얌전히 앉아 있다면 / 통일을 원하는 것입니다."(통일)
20대 여대생의 풋풋한 일상이 묻어나는 시도 눈에 띈다.
"남자친구 이름이 뭐니? / '밥이요' // 어디에 사니? / '밥솥이요' // 밥솥아 / 문 열어."(남자친구)
시인은 새삼 독특하다고 느낀 한국 문화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밥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남친 있냐'고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남자친구 있니?' 그게 인사인 거예요. 그런 남한 문화에다가, 제가 너무나 그리웠던 건 밥이었거든요. 그렇게 그 시가 나왔어요."
황해남도 해주가 고향인 이가연 시인은 탈북 후 2011년 한국에 정착했다. 2012년 '대한문예신문사'로 등단했으며 현재 고려대 국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제 한국 생활 5년차인 그는 여전히 '적응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 금방 왔을 때는 모든 사람이 긍정적이었어요. 그런데 적응해갈수록, 많이 알아갈수록 더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생활 면에서는 적응을 많이 했는데, 공부하는 건 아직 조금 떨어져요."
혼자 한국에 정착하는 외로운 싸움을 하는 동안 시는 그에게 커다란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내성적이라 누구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럴 때 인터넷에서 시를 만났고 하루하루 시를 읽으면서 위로를 얻은 것 같아요. 지금도 시를 쓰는 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저한테는 시가 애인이죠."
시산맥사. 11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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