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끌어낸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0 07: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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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위저 총감독, 예술의 사회성에 주목한 결과" 해석

파격 끌어낸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엔위저 총감독, 예술의 사회성에 주목한 결과" 해석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파격에 이변에 의외의 결과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9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 임흥순의 은사자상 수상 소식은 이례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 46세 감독이 만든 영화작품…영화의 외연 확장

외형적으로는 수상작이 95분 분량의 영화작품이라는 점과, 은사자상은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에게 수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는 본전시에서 이례적으로 영화 전편을 상영하게 된 임흥순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은 한국영화로는 사상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상까지 하게 되자 미디어 아트 관점에서 작품 해석의 진폭을 넓히는 동시에 세계 미술 영역으로 한국영화의 외연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문화예술위는 부연했다.

감독(또는 작가) 자신도 수상 직후 한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술이냐 영화냐 장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술이 미술관 안에서만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으며 앞으로 미술과 영화의 경계에서 계속 작품활동을 해 결합을 꾀하는 역할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위에 따르면 베니스 비엔날레는 홀수전에 열리는 미술전, 짝수해에 열리는 건축전에 따라 시상제도가 조금 다르다.

통상 황금사자상으로 국가관상, 최고작가상, 평생공로상을 주고 은사자상으로는 젊은 작가상, 이어 주목할 만한 전시에 트로피가 아닌 상장을 수여하는 특별언급상을 수여한다.

미술전 은사자상은 본전시에 초대된 35세 이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이때문에 한국 미술계 관계자 사이에선 베니스 비엔날레 측이 이번 시상을 위해 통상의 규정을 피해간 것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1986년 비엔날레에 첫 참가한 이후 미술전에선 한국관이 건립된 1995년 전수천(설치), 1997년 강익중(회화), 1999년 이불(설치) 작가가 특별상을 3회 연속 수상했고 지난해 열린 건축전에선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예술의 사회성

문화예술위는 '위로공단'이 일하는 여성들의 실제 인터뷰와 실험적 이미지를 오가는 혁신적 스타일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현재, 내면과 풍경을 추적하며 일이 행복이자 공포인 이 시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념의 굴레 없이 풀어낸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임흥순이 주목하고자 한 아시아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는 예술의 사회성 또는 현실 참여적 성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은 프로듀서 김민경, 제작사 반달이 2010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로 촬영은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진행됐다.

임흥순은 "전날 저녁 늦게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전한 뒤 예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작품을 통해 현실을 설명한다기보다는 현실을 얘기해주면서 일종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문화예술위는 국내뿐 아니라 캄보디아 등에서 포착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는 그의 작업은 신자유주의 사회의 자본 이동과 노동 변화에 따른 현실적 불안을 예술적 언어로 써내려간 새로운 역사 기록이라고 전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정한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자료 화면으로 '과거'에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흐름이라는 유동성과 맞물려 굴레처럼 되풀이되는, 현재에 담지된 역사의 지속성을 형식적 특이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문화예술위는 부연한다.

임흥순은 3일부터 8월24일까지 일정으로 한국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다룬 영상작품(Reincarnation)을 뉴욕에서 선보인다.

전작인 '비념'도 제주 4·3사건과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오쿠이 엔위저가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자 외신들은 시작 전부터 사회현실 반영과 정치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엔위저 총감독이 2008년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시절 "제3세계 사회·정치적 문제와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 비엔날레로서 보여줘야 하는 공공성과 동시대성을 포괄하는 전시 성격을 보여줬다"며 "이번에도 그만의 스타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미술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임흥순 감독이 말한 여성노동의 문제는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경험이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남다르다"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에서 오쿠이의 시선과 안목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엔위저 총감독이 예술의 사회성에 주목한 수상 결과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심사위원단 또한 시상 이유로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 작품"이라며 "가볍게 매개된 다큐멘터리의 형태로 그의 인물들과 그들의 근로 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한다"고 언급했다.

황금사자상 국가관상을 받은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100주년에 즈음해 아르메니학의 거점이었던 베네치아의 작은 섬에서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 등의 아르메니아 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 본전시 초청 과정도 주목

총감독이 직접 기획하는 국제전(본전시)은 매년 참가 작가 숫자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이번에 참여한 53개국 136명 중 89명은 처음으로 참여하고, 한국 작가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도 모두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았다.

지난해 엔위저 총감독의 작가 리서치 여행을 진행한 한국은 3명이 본전시에 참여했고 중국에선 4명의 아티스트가 초청됐다.

반면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지 않은 일본은 2005년 요절한 이시다 테츠야의 작품만 전시됐다.

엔위저 총감독은 당시 한국을 방문해 작가 20여명과 이들의 작품을 접했다고 한다.

미술계의 한 인사는 "자국 작가에 대한 리서치 기회를 풍부하게 마련하고, 이를 통해 작가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위저 총감독은 2008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해 한국과 인연이 깊다.

임흥순은 2002년, 2004년, 2010년 세차례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는 올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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