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에 묻힌 이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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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드라마·음악과 요란한 무대
박효신·임선혜 가창력만 빛나
△ <<EMK 제공>>

<공연리뷰>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에 묻힌 이유

단순한 드라마·음악과 요란한 무대

박효신·임선혜 가창력만 빛나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난달 말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른 뮤지컬 '팬텀'은 올해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공연으로 꼽힌 작품이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과 원작이 같은데다, 원작 소설을 가장 충실히 살렸다는 기획사 측의 소개가 호기심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가수 박효신을 비롯해 세계 '고(古)음악계의 디바' 소프라노 임선혜, 발레리나 김주원 등 여러 장르의 스타들이 합류하면서 기대감은 고조됐다.

특히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보다 1년 앞서 뮤지컬화가 추진됐지만,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먼저 오른 '오페라의 유령'의 대성공으로 공연 제작이 중단됐다가 1991년 극적으로 되살아난 사연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베일을 벗은 '팬텀'은 이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에 묻힌 이유가 제작이 한발 늦은 '불운'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팬텀'은 음악과 드라마, 볼거리 면에서 '오페라의 유령'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굳이 이 명작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단선적인 드라마와 인물, 단순한 음악과 요란한 무대로 치장은 화려했지만, 알맹이는 빈약했다.



원작은 1890년대 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에 은거하는 베일에 싸인 유령, '에릭'을 둘러싼 이야기다.

흉측한 얼굴로 태어난 에릭은 어릴 적부터 세상의 냉대와 멸시 속에 가면 뒤에 숨어 살고 있지만, 천상의 소리라 할만한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 온갖 마술과 곡예에 능한 인물이다. 소설은 에릭이 오페라극장 프리마돈나인 크리스틴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범죄와 기이한 사건들을 추리 형식으로 풀어간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과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팽팽한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사랑과 질투, 연민과 공포, 존경과 증오 등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내면, 욕망을 설득력 있고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팬텀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팬텀 오브 오페라', '씽크 오브 미', '마스커레이드' 등 각 장면을 압축한 다채롭고 주옥같은 명곡과 볼거리의 향연이다.

이에 비해 '팬텀'은 에릭의 유년기와 부모의 비극적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원작에는 없는 내용을 덧붙이거나 소설의 설정을 상당 부분 바꿨는데, 이야기의 짜임새가 헐거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인물 간 관계는 단선적으로 흐른다.



거리에서 노래하던 크리스틴은 갑자기 스타가 되고, 팬텀은 돌연 나타나 그녀의 스승을 자처하고 음모에 빠진 크리스틴을 지하세계로 '구출'한다. 크리스틴은 팬텀의 얼굴을 보고 도망갔다가 곧바로 후회하고 돌아온다. 팬텀이 총에 맞고 쫓기자 그동안 정체를 감춰왔던 아버지가 아들 앞에 나서 부자 해후를 하는가 하면, 잠시 후에는 다시금 쫓기는 아들에게 직접 총을 쏜다.

각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인물들의 행동에 "왜?"라는 의문을 남기고 캐릭터의 설득력과 생동감이 떨어진다.

음악 자체는 화려할 뿐 감동을 주진 못했다. 고음과 고난도 기교가 많은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박효신과 임선혜의 가창력만 빛났다.

박효신은 섬세한 감성까지 얹은 빼어난 노래에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드러냈다.

임선혜는 고난도 기교와 고음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세계무대에 서는 성악가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대사와 연기는 종종 어색했고, 가창력 그 이상의 것은 보여주지 못했다.

두 주연 배우 각각의 노래는 훌륭했지만, 함께 하면 화학반응이 일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2부에서 팬텀의 지하세계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장면이나 팬텀 부모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를 김주원의 발레로 표현한 부분은 다소 길기는 하지만 그래도 볼만한 장면. 하지만, 전반적으로, 특히 1부에서는 무대가 정신없이 바뀌어 산만했다.

공연은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관람료는 5만∼14만원. 문의 ☎ 1577-6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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