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외곽서 선거자금 쓸어담자 힐러리도 '머니게임' 가세
내년 미 대선도 '슈퍼팩' 앞세운 '쩐의 전쟁' 재연될 듯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내년 미국 대선도 예외 없이 '쩐(錢)의 전쟁'으로 얼룩질 전망이다.
공화당 잠룡 중 가장 거물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권도전 선언을 앞두고 외곽을 돌며 선거자금을 저인망식으로 쓸어담고 있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한 모금을 본격화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대권도전 일성으로 개헌을 통해서라도 '머니게임'으로 변질된 미국 선거자금 모금체제를 개편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부시의 기세가 대단하자 황급히 말을 바꾸고 현실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조만간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인 '프라이어리티즈 유에스에이'(Priorities USA) 후원자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방했다.
'선거자금 개혁'을 자신의 4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클린턴 전 장관이 슈퍼팩에 대한 의존으로 방향을 튼 것은 미 대선이 전형적 머니 게임이기 때문이다. 무제한 후원이 가능한 슈퍼팩에 의존하지 않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단합된 시민들'(Citizens United) 대 연방선거위원회' 재판에서의 미 연방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당시 판결을 통해 기업이나 노조, 이익단체들이 특정후보를 위해 광고나 홍보비를 지출하는데 제한을 둘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고 이후 TV광고 등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는 슈퍼팩의 활동이 미국의 선거전을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특정 후보나 후보를 후원하는 슈퍼팩에 대한 기부금은 1인당 최대 2천700 달러까지, 이 슈퍼팩이 50명 이상의 후원자로 6개월 이상 등록된 단체라며 1인당 최대 5천 달러까지 후원할 수 있지만, 모금요청 때 후보자가 현장에 없다면 모금은 무제한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The Hill)은 "애초 클린턴 전 장관은 선거자금 개혁이라는 유세전략 때문에 자신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방한 슈퍼팩인 '프라이어리티즈 유에스에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러나 대권도전을 선언하지 않고 외곽에서 슈퍼팩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젭 부시의 행보가 그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아직 대선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부시 전 지사는 자신의 슈퍼팩인 '라이트 투 라이즈'(Right to Rise)를 통해 대대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 슈퍼팩을 사실상 선거운동본부화 한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그는 한 후원행사에서 지난 100일간 공화당 내에서 기록적 수준의 후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으며 선거전 초기 1억달러를 모은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