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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 전경 |
'베니스 비엔날레' 다양성 속 영상·퍼포먼스 부각
예술의 본질적 의미 묻기도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베니스 비엔날레' 제56회 올해 행사가 6일(현지시간)부터 속속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수많은 국제전(본전시), 국가관 전시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행사는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잘 나타내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예술이 추구하는 본질적 의미를 담아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의 전시 스타일과 그가 미리 제시한 주제 등으로 미뤄볼 때 올해에는 정치적 색채가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비엔날레에선 이러한 특성이 형식적인 면으로 두드러졌다고도 볼 수 있다.
자르디니의 중앙관에 새로운 아레나가 조성돼 라이브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낭독회가 이뤄졌고 전시장 곳곳에선 퍼포먼스와 영상 상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다양한 형식을 결합한 현대미술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작가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가깝게 한국관 작품을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다.
엔위저 총감독이 지난해 한국 작가 리서치에서 접한 20여명 중 선택했다는 3명의 작품은 어떤 시각에선 올해 전시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아영은 중동에 근로자로 파견됐던 아버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에너지원인 석유 문제를 다뤘고, 임흥순은 아시아 여성노동 문제를 소재로 했다.
남화연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튤립 파동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이들은 각각 엔위저가 제시한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전시 주제의 내용적, 형식적 구현을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보여줬다.
이러한 측면을 토대로 하면 앞서 전망된 정치적 색채란 작가의 경험과 사회 현실에 대한 반영 등을 폭넓게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
회화, 조각 등 하나의 전통 분야보다는 설치, 퍼포먼스, 영상과의 결합 등이 눈에 띄었다.
미국관 조앤 조나스의 '그들은 말없이 우리에게 온다'라는 작품은 설치와 영상, 드로잉 등 다양한 형식을 결합해 벌, 어류, 바람 등을 표현했다.
세련된 영상설치작을 선보인 한국관 작품은 근본적으로는 미술의 의미와 미래 모습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뿌리에 흙이 묻어있는 나무를 전시한 프랑스관도 외형은 매우 간소했다.
남녀 신체를 소재로 삼아 변형한 사라 루카스의 작품(영국관)은 대중적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아시아 작가로는 일본관의 치하루 시오타가 실과 배, 열쇠 등을 이용한 '손에 쥔 열쇠'를 선보였고, 중국 작가 쉬빙은 폐자재를 활용한 '피닉스'를 설치했다.
아르세날레에선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이탈리아에 대한 오마주'가 영상과 음악으로 흘러나왔고, 또다른 전시작에선 움베르토 에코의 모습도 비쳐 다양한 형식을 보여줬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안 했든 여러 참여작가와 국가관은 엔위저 총감독이 제시한 주제에 형식과 내용으로 나름의 대답을 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미술이란 과거에도 사회를 반영해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당대의 문제의식을 점차 적용해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가가 하나의 분야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감독처럼 상호 다른 측면을 결합해 조율하고 관리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비엔날레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선 총감독이 제시하는 주제, 현대미술의 경향, 작가의 고유성 등이 혼재된 미술전의 특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해석이 다양할 수 있는 현대미술 작품의 실험성, 정치성, 다양성 등에 대한 평가는 역시 관람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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