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새 수탁자 구하려면 노조 전향적 인식 전환·양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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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노인병원 폐업 선언하는 한수환 원장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운영자인 한수환 씨엔씨재활요양병원장이 6일 오전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12년 1월부터 제가 위탁 운영한 시노인전문병원을 다음 달 10일 자로 폐업하고 의료기관 개설 허가증을 시에 반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5.6 vodcast@yna.co.kr |
청주시노인병원 정상화 골든타임 16일 남았다(종합)
현 수탁자 내달 10일 폐업 선언…이달 수탁자 재공모 실패하면 임시폐쇄
의료계 "새 수탁자 구하려면 노조 전향적 인식 전환·양보 필요"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시립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였다.
6일부터 오는 21일까지 16일간 진행될 민간위탁운영자 2차 공개모집에서 새 수탁자를 찾지 못하면 임시 폐쇄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2차 민간위탁운영자 공모 공고를 낸 6일 노인전문병원 운영자인 한수환 씨엔씨재활요양병원장은 적자 심화와 의사, 간호사 등의 잇단 퇴사로 인한 의료 인력 공백을 이유로 내달 10일 병원 문을 닫을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한 원장의 '병원 폐쇄 언급'은 지난 3월 18일 청주시에 위탁 포기서를 제출한 지 한 달 보름만에 나왔다.
그는 이미 지난 4일 직원들에게 우편으로 '폐업으로 인한 해고 예고'를 통지했다고 한다.
매달 8천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4대 보험료와 각종 공과금 등 체납 비용이 10억원에 가까워 경제적 파산 상태라는 그가 폐업 강행에 나섰을 때 청주시가 법적으로 대응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원장의 말대로 120여명이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 이달 말 간호사가 7명에서 2명으로, 의사가 3명에서 1명으로 줄면 정상적인 진료 활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노인전문병원과 청주시가 충북간호사협회를 통해 시도한 '간호 인력 급구'도 별무소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이번 2차 공모도 무위에 그치면 '6·10 폐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원장은 "폐업 방침을 보호자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얘기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입원 환자의 병세에 맞는 다른 요양병원을 안내하겠다"며 사실상 수용 환자의 '전원' 조처에 착수했음도 알렸다.
폐업이 강행되면 외형상 실업자가 될 노조원 60여명이 극렬하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입원 환자는 벌써 전원 반대를 외치고 있다.
시는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하면 일부는 부득이하게 다른 요양병원으로의 전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자를 돌볼 의사와 간호사가 없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시가 적자를 더 감수하면서 새 수탁자를 찾을 때까지 병원을 계속 맡아 달라고 한 원장에게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는 2차 공모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에 대비, 응모 자격을 지역에서 충북 전체 및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례 개정에는 발효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된다. 3차 전국 공모는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2차 공모에 시민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서원구보건소는 오는 20일까지 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응모 희망 의료법인·개인 의사에게 교부하고 21일 하루 동안 접수할 계획이다.
앞으로 16일 동안이 노인전문병원 임시 폐쇄 상황을 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응모 조건은 위탁사무를 수행할 재정능력, 전문성, 경영능력, 현 근로자 고용 승계 등 거의 1차 공모 때와 같다.
노인전문병원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기관이 개입해 해결할 수 있도록 '수탁 시 병원운영위원회 운영' 항목을 넣은 것이 1차 때와 다른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노인전문병원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조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노조원을 포함해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자 신세가 되기 전에 노인병원 운영에 의욕을 보이는 지역의 의료법인·개인 의사가 2차 공모에 응모할 수 있도록 노조가 길을 터줘야 한다는 논리다.
시가 보도자료에서 "이번 2차 공모가 노인병원 안정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새 수탁자 선정과 원만한 인수인계를 위해 노조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과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일부 병원 관계자들의 전언을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한 원장은 새 수탁기관을 찾을 때까지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탁계약법 위반'"이라며 "병원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병원장의 잘못된 자세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설립 이후 분규로 점철된 시노인전문병원이 2차 공모에서 극적으로 수탁자를 찾아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될지, 폐업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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