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5년 後> ③버려진 아기들 어디로 가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03 1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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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구청 거쳐 아동복지센터로…이후 보육시설 또는 입양
서울 보육시설 포화상태…대책 마련 시급
△ 베이비박스에 남긴 편지 (서울=연합뉴스) 지난 2월 하늘 엄마가 태어난 지 4일 된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며 남긴 편지. 2015.5.3 << 주사랑공동체교회 제공 >> dohh@yna.co.kr

<베이비박스 5년 後> ③버려진 아기들 어디로 가나

경찰·구청 거쳐 아동복지센터로…이후 보육시설 또는 입양

서울 보육시설 포화상태…대책 마련 시급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서울과 경기도 군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담긴 아기들은 통상 경찰 신고, 구청 인계 등을 거쳐 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졌다가 다시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이런 긴 과정을 거치면서 아기의 정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최근 서울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기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보육시설이 포화 상태가 됐다.

2009년 12월 설치된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2010년에는 4명이 버려졌으나 2011년 37명, 2012년 79명에서 2013년 252명, 작년 253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5월 설치된 군포시 새가나안교회 베이비박스에는 작년에 27명, 올해 4월까지만 13명의 아기가 각각 담겼다.

이중 아이를 맡기고 나서 찾아가는 부모는 전체의 20∼30% 선이다. 나머지 아기들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 보육시설에서 자라거나 입양된다.

3일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와 관악구청 등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버려지면 교회가 이를 경찰서에 신고한다.

경찰은 교회의 진술을 받고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한 후 사진을 찍는다. 혹시 모를 범죄 연루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구청은 교회에서 인수인계를 받은 후 아기를 서초구에 있는 서울시립어린이병원으로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게 한다. 부모가 쪽지에 따로 적어두지 않으면 신생아 예방접종도 병행된다.

검진 결과 이상이 없으면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진다.

아기가 큰 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시립어린이병원은 따로 격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큰 비용이 들어가는 개인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그런데 보호자격인 베이비박스는 정식 인가를 받은 시설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예산이 보전되지 않는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시설 자체가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에 편성되는 예산이 없어 병원에 구걸하다시피 치료비를 감면받거나, 가까스로 후원을 받는 식으로 입원시키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병에 걸린 아이들은 이처럼 입원했다가 치료가 끝나고 나면 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진다.

아기들은 가게 될 보육시설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며칠 머물다가 시설로 가게 된다. 이어 후견인이 지정되면서 출생신고가 되고, 해당 시설장이 입양을 고려하면 입양될 수 있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아기들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계속 거처를 옮겨다니는 과정에서 심리적, 정서적 불안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교회에서 사나흘, 아동복지센터에서 이삼일 등 최소 일주일간 아기는 안정할 수 없게 된다"며 "이곳에서 영아 임시보호소를 운영하겠다고 구청에 신청했지만 불법 시설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도 고민이 있다.

서울시에 있는 베이비박스가 유명해지면서 전국에서 아이를 버리러 난곡동까지 오는 형국인데, 현행 아동복지법상 서울에서 발견된 유기 아동은 서울시내 보육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유기 아동이 늘어나면서 서울 안에 있는 보육시설은 더 이상 아기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가 됐다"며 "복지부에 서울에서 버려지는 아기더라도 지방 보육시설에 보낼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수 있는지 질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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