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참사 카트만두 고통 속 싹트는 일상의 그리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30 20: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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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참사 카트만두 고통 속 싹트는 일상의 그리움



(카트만두=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30일 오전(현지시간)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딸린 화장터. 우웅하는 나팔 소리와 함께 카트만두에서 북동쪽 신두팔촉 초타라마을에서 전날 수습한 수레시 수레스타(45)의 시신이 운구돼 들어왔다.

그의 아내가 망연자실 앉아 울고 있는 가운데 친척들은 쌓아놓은 목재 위에 그의 시신을 올려놓고 짚으로 덮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마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이자 선생이었던 수레스타는 25일 정오 무렵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너진 5층 상가 건물에 깔렸다.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65㎞ 떨어진 이 마을에 구조대는 들어오지 않았다. 가족들이 나서 전동 드릴을 구해와 직접 잔해를 치운 끝에 닷새 만에 겨우 시신을 꺼낼 수 있었다고 조카 판케이(19)는 말했다.

판케이는 "지역에 경찰도 관공서도 있는데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성난 마을 사람들이 부행정관을 집단 구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집을 잃은 주민들이 천막도 음식도 없이 비를 맞으며 노숙하고 있다고 마을 상황을 전했다.

카트만두 시내 툰디켈 운동장에서 천막 생활을 하는 쿠마르 마지(38)는 기자에게 "구호품은 다 어디로 가는지 구경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몇몇 상점이 문을 열어 식품을 살 수는 있지만, 돈도 떨어져가고 물품도 많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웃 천막에서 식사하던 사리슈마 뉴판(13·여)은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 갈 수가 없다"며 "학교에 가고 싶은데 언제 문을 열지도 모르고 건물에 금이 가서 수업을 받기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전염병이 돌 것을 우려해서다. 마스크를 들고 한 개에 10루피(약 100원)에 판다며 호객하는 상인도 많이 눈에 띄었다.

카트만두 칼랑키 시외버스터미널에는 지진 피해가 적은 지역 등으로 가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배차된 버스가 모자라 버스 지붕과 대형 트럭 짐칸에까지 올라탄 시민들은 한시바삐 카트만두를 벗어나고 싶어했다.

트레킹 주선 업체에서 일하는 로크 고르키(40)는 "집이 무너져 노숙생활을 계속 해야 해 나만 남고 아내와 아들, 딸은 피해가 덜한 고향으로 보내려고 터미널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직도 큰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진 발생 엿새가 지나고 여진도 잦아들면서 카트만두 시내는 조금씩 안정을 찾고 활기도 살아나는 느낌이다.

카트만두 시내 중심가 '뉴로드'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타멜 지역 등에서는 상점도 하나둘 문을 열고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지진으로 고립됐다 산에서 내려온 한 외국인 관광객은 귀국에 앞서 기념품으로 캐시미어 스카프를 사려고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많은 건물이 무너진 카트만두 동부 박타푸르에서는 주민들이 잔해를 헤치고 집에 들어가 컴퓨터와 이불, 옷가지를 꺼내왔다.

늘어진 전선을 교체하고 도로에 시멘트를 붓는 등 복구 작업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빔센(다라하라) 타워 주변도 모습이 달라졌다. 사흘 전만 해도 경찰 통제선도 없이 주민과 관광객이 몰려들어 오래된 벽돌을 앞다퉈 집어갔지만, 이제는 경찰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놓고 굴착기를 동원해 잔해를 정리했다.

카트만두 시내에 설치된 천막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툰디켈 운동장에는 사흘 전 1만1천명의 이재민이 머물렀지만 지금은 2천명으로 줄었다.

어린이들은 천막이 치워진 공터에서 크리켓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네팔이 관광객과 등산객으로 활기에 찬 예전 모습을 찾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힘들다.

네팔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이날 현재 5천500명이 사망하고 1만여명이 다쳤으며 13만여채의 건물이 완전히 부서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피해 상황 누계는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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