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손색없는 불교 목판
문화재청·불교문화재연구소 전국사찰 목판 일제조사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한국은 유교목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 한다. 등재 여부는 올여름 결판난다.
한데 불교 목판 역시 이 유교 목판 못지않은 막대한 수량을 자랑한다. 그것의 정확한 수량은 연차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스님)는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를 지난해 시작해 올해 첫 결실로 인천·경기·충청·전라지역 54개 사찰이 소장한 목판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이번 일제조사는 오는 2018년까지 광역시·도별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1차년도 조사 결과 전등사, 법주사, 갑사, 송광사 등지에서 목판은 297종 9천310점이 보고됐다.
연구소는 이들 목판을 하나하나 정밀기록화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목판을 유형별·판종별로 재분류하는 한편 개별 목판의 크기·무게 등의 제원 사항과 광곽(匡郭·글을 둘러싼 테두리) 크기, 행자수(行字數) 등 형태서지사항을 포함한 기초 데이터를 축적했다.
더불어 목판을 새긴 판각 시기와 판각처, 목판을 새긴 장인인 각수(刻手) 등의 판각·간행 관련 기록도 수록했다.
조사가 끝난 목판은 디지털 이미지로 기록화했다.
나아가 개별 목판에 대한 보존 상태를 충해, 균열, 뒤틀림, 글자손상 등을 기준으로 진단하고 수장공간의 화재, 습기, 미생물 등에 대한 보존 상태와 훼손 위험성 연구도 병행했다.
이번 조사 결과 기존에 알려진 목판 외에 75점이 새롭게 발견됐다. 반면 목판 278점은 도난이나 화재 등으로 유실됐음이 드러났다.
예컨대 화순 쌍봉사는 1984년 대웅전 화재로 목판 60여 점이 소실되고, 일부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된 사실이 밝혀졌다. 고창 선운사가 소장하던 '석씨원류' 목판은 도난 이후 아직 회수를 못 하는 형편이다.
연구소는 "대체로 사찰 목판은 불단·창고와 같은 임의의 장소에 보관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판종 목판으로 분류되었지만 같은 것으로 드러나거나 반대로 같은 판종으로 분류됐다가 다른 것으로 드러난 목판도 315점이 보고됐다.
사찰 소장 목판 대부분은 경장(經藏)·율장(律藏)·논장(論藏)과 선사(禪師)들의 찬술서, 불교의례 관련이지만 천자문·유합(類合)과 같은 한자 학습서나 사대부 문집류도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체 297종 목판 중 간행 기록이 있는 것은 152종이었다. 판각 시기별로 보면 16세기 29종, 17세기 46종, 18세기 38종, 19~20세기 39종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이를 통해 고려시대 이후 불교 관련 목판 인쇄물 간행이 활발했음을 알 수 있으며, 나아가 불교 기록문화유산의 전통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앞서 2002년부터 2013년에 걸쳐 12년간 전국 사찰 문화재 일제조사 사업을 벌여 전국 3천417개 사찰에서 총 16만3천367점에 이르는 불교문화재를 목록화했다.
이번 목판 일제조사는 이를 기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는 심화 조사사업 중 하나다.
올해는 부산·울산·경남(함양·합천) 지역 7개 사찰 목판 5천481점을 조사한다.
또한 지난해 조사 완료한 전남 지역 목판 가운데 중요 목판을 선별해 찍어내는 인출(印出) 작업도 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일제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불교목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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