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 중 과학기술 투자 비중 1968년 이래 최저
美과학계 "과학기술분야 정부투자 늘려라" 아우성
MIT대 보고서 "핵융합, 로봇, 배터리 분야, 한국에도 밀린다"
정부예산 중 과학기술 투자 비중 1968년 이래 최저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 =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관련 기기 기술은 사실 40년도 더 전에 미국의 이스트먼 코닥이 발명했으나, 한국의 삼성과LG같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해 이 새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최근 미국 과학계의 전폭적인 성원 속에 내놓은 '연기된 미래'라는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기초과학연구 분야 투자 감퇴와 미국의 혁신 결핍(Innovation Deficit) 징후'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에 대해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을 촉구하기 위해 작성됐다.
그런 만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강국과 중국, 일본 등 외국 정부의 과학기술분야 집중투자 사례를 들어 미국과 대비시킴으로써 여론을 자극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도 소재공학, 로봇공학, 핵융합에너지, 전지 등 4개 분야에서 미국 정부와 산업계가 본받아야 할 사례로 거론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교육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의 교사는 의사나 기술자가 받는 수준의 봉급"을 받고 있다고 예찬한 것에 한국의 교사들이 동의하지 않듯, 보고서의 사례에 한국의 과학기술계가 전부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핵융합에너지 분야와 관련, 보고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초전도 핵융합 실험장치는 중국과 한국에서 가동되고 있고, 일본, 독일, 프랑스에서 신형 장치를 건설 중"이라면서 미국은 이 장치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 계획도 없는 것과 대비했다.
보고서는 신소재를 연구개발하는 물성물리학 분야에서 "결정성장 연구와 시설에 대한 투자가 특히 일본, 중국, 한국 그리고 독일에서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분야에 대한 산업투자 역시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활발히 이뤄져 "삼성은 상업적 가치가 큰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개발, 텔레비전과 다른 많은 디지털 기기에 적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삼성의 연구개발 중시는 최고급 인력 일부를 미국 유수의 대학 실험실에 일정기간 파견해 연구토록 하는 데서도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로봇공학 분야의 경우 보고서는 "미국이 산업 로봇 사용에선 주도국이면서도 설계와 제작에선 시장주도 회사가 없다"며 "대부분 로봇은 일본이나 유럽 회사들이 만들고 한국과 특히 중국이 급속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용 로봇, 무인차, 무인기 등 연구영역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도 "현 세계판도를 볼 때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전지분야에선 "애초 개념과 연구가 미국에서 시작된 리튬전지의 생산과 경제적 수혜를 오늘날 일본, 중국, 한국이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이들 세 나라는 차세대 전지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프로그램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과학기술계는 MIT의 이 보고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미국대학연합(AAU), 과학연합(SC),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등이 나서 지난 27일 워싱턴DC에서 보고서 발표회를 후원했다.
ITIF는 "미국의 올해 연방정부 예산중 연구개발분야 비중이 1968년 이래 최저이고, 미국 경제 전체로 봐도 연구개발비가 1983년 환산치로 그해보다 1천억 달러 밑돌 것"이라며 첨단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켜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알츠하이머 질환, 사이버 안보, 우주 탐사, 식물생물학, 양자정보기술 등 다른 11개 분야에 대해서도 사례 분석을 하면서, 미국 경제의 경쟁력, 미국의 전략적 국익 등을 위해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MIT 연구진은 지난해 과학분야에서 특기할 진전으로 최초의 혜성 착륙, 힉스 입자 발견, 세계 최고속의 슈퍼컴퓨터 개발, 식물생물학 연구의 급증 등 4가지를 들고, "이 가운데 미국이 주도한 업적은 없었다"는 말로 보고서를 시작했다.
앞의 2가지는 유럽이, 뒤의 2가지는 중국이 이룬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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