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대한 불신보다 심각한 것은 신뢰 부재"
조계종 '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불교에 대한 불신보다 심각한 것은 신뢰 부재다. 지금처럼 종교가 절실한 시기에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동국대 사태처럼 종단의 신뢰를 저해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왜 종단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회피적인 자세를 보이는가. 종단 내부의 비판적 모임을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끌어안는 자세가 아쉽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출가자와 재가자 총 113명이 참여한 가운데 '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4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불신의 문제와 신뢰 부재의 문제는 구별되어야 한다"며 "스님 개인의 비윤리적·비불교적 행태에서 비롯되는 불신의 문제보다 한국 불교에서 더 심각한 것은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없다는 것,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아무도 기대 안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불교에 대한 신뢰 부재의 문제는 불교가 사회적 지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면서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시민운동과 구별되는 불교의 사회 참여 범위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실천'을 통해 불교의 권위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에 대한 신뢰는 종교가 가진 권위에서 오는데 현재 종단에는 권위는 없고 권위주의만 있다"고 비판하면서 "불교의 권위는 경전이나 깨달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지키는 '실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섭 스님은 작년 통계를 인용해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각 종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도는 3년 전과 비교할 때 불교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각 종교 신자들의 종교에 대한 신뢰도 불교인이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단에 대한 불신은 ▲ 소수 승려의 귀족화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심화 ▲ 인사·재정의 독점 운영에 따른 불신 ▲ 문중·돈·권력이 종단을 좌우한다는 인식 ▲ 돈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돈 선거' 풍토 ▲ 불공정한 사법 풍토 ▲ 종단 쇄신안 약속 이행 미흡 ▲ 반복되는 범계 행위에 대한 대응 및 극복 노력 미흡 ▲ 건강한 대안 세력의 미약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단 불신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유발언 시간도 마련됐다.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 회장은 동국대 사태를 예로 들면서 "종단의 신뢰를 저해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종단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대처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자세를 보인다"며 "이는 비판세력을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건강한 비판세력을 키우고 악의적 비판세력을 뿌리 뽑는 데도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가모임 등 내부 비판세력이 등장하면 이를 노골적으로 흠집 내기보다는 건전한 비판세력이 되어달라며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품어 안고, 문제가 생기면 끊임없는 자성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이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는 종단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승려와 재가신도가 모여 종단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해 말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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