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질문에는 사과 없이 "인신매매…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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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아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
'아베의 두 얼굴'…과거사 사과없이 추모시설 눈도장(종합)
유대인에 비자 발급한 일본 외교관 거론하며 "자랑스럽다"
일본군 위안부 질문에는 사과 없이 "인신매매…가슴 아프다"
(워싱턴·도쿄=연합뉴스) 심인성 이세원 특파원 = 미국 방문 이틀째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와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 식민지배, 침략 등 자국의 과거 행위는 사과하지 않으면서 타국의 전쟁 관련 추모시설을 찾아 '역사를 기억하자'거나 '평화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이어 홀로코스트 박물관으로 이동해 약 45분간 머물렀다.
정문이나 후문이 아닌 외부의 접근이 차단된 '보안문'으로 입장했으며 한국 언론 등의 취재는 차단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차 대전 때 리투아니아에서 일본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 씨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아 목숨을 건진 유대인 3명을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만나 일본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기하라 씨는 유대인 난민 수천 명에게 일본 비자를 발급해줘 일본의 '쉰들러'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스기하라 씨가 발급한) 비자로 일본으로 향한 유대인 난민을 도운 일본인도 적지 않게 있었다"며 "그들의 용기를 배우고 싶다. 이런 일본인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와 관련해서는 "비극을 풍화시키지 말고 기억에 남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전쟁 관련 추모시설을 방문을 놓고 '과거사 물타기'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미국 여야 의원과 주류 언론, 시민단체의 압박에도 침략 전쟁이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진 홀로코스트 방문에 대해 '이중적', '두 얼굴'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알링턴 묘지 참배에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강행에 따른 미국 내 비판론을 희석시키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고, 홀로코스트 박물관 방문에는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미국 내 유대계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하버드대학 공공정책대학원(케네디스쿨)에서 열린 강연에서 질문을 받고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인신매매에 희생돼 필설(筆舌)로 다하기 어려운 감정을 겪은 분들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마음이 아프다"며 "이 생각은 역대 총리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일본어로 답했다.
그는 "고노(河野)담화에 관해서는 계승한다는 것을 지금까지 몇 번인가 말씀드렸지만 이런 입장에서 일본은 지금까지 위안부의 현실적인 구제(救濟)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쌓아왔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책임을 직접 언명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일본이 마치 제삼국인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하고 '구제'라는 표현으로 시혜적 관점을 드러낸 것은 본질을 호도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하버드대 학생 150여 명은 아베 총리의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건물 밖에서 '역사를 직시하라', '역사는 다시 쓸 수 있어도 진실은 결코 다시 쓸 수 없다', '가슴 아프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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