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채권단 협상단 '정치적 협상단'으로 재편
그리스-채권단, 실무협상 재개…정치적 타협 모색
"치프라스-메르켈, 합의 때까지 연락키로"…정상급서 협상
그리스, 채권단 협상단 '정치적 협상단'으로 재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실무진이 27일(현지시간) 전화로 회의하고 29일에 회의를 열기로 함에 따라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을 위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지 주목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에서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계속 연락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정상급에서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 견해차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입장 때문으로 보고 협상단을 '정치적 협상단'으로 재편키로 했다.
그리스 ANA-MPA 통신 등은 이날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실무진 협의체인 이른바 '브뤼셀그룹'이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브뤼셀그룹은 이날은 전화회의를 하고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29일에는 직접 만나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EU 측 채권단이 지난 2012년 합의한 2차 구제금융에서 지원할 마지막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천억원)의 집행 여부를 결정할 이 협상의 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앞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지난 24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분할금 일부를 지원해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가 개혁안을 제출하면 이를 구체화하는 협상을 4월 말까지 타결하고 유로그룹이 이를 승인해야만 분할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주요 외신들은 유로그룹 리가 회의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다른 18개 회원국 재무장관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공식 만찬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고립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개혁안 가운데 연금과 노동, 부가가치세율 인상, 민영화 등 4개 부문에서 긴축 정책을 반영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그리스는 재정의 현금 부족 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총선 공약을 지킨다며 리가 회의 전에 개혁안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처럼 4대 쟁점은 정치적 견해 차이로 경제 관료들의 협상에서 합의될 수 없다는 점에서 치프라스 총리는 정상급과 정치적 차원에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 관리는 치프라스 총리와 최대 채권국인 메르켈 총리는 전날 통화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해법을 찾기 위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와 바루파키스 장관은 지난 3개월간 협상에서 채권단과 그리스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해법을 찾자며 양측이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루파키스 장관이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충돌하면 치프라스 총리가 EU 정상들과 만나 정치적 해법을 강구하는 등 협상에서 강온 역할을 분담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이 제출한 개혁안 리스트에 유로존 장관들이 미흡하다며 반발하자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3월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 정상, ECB 총재, EU 집행위원장 등과 '미니 정상회의'를 별도로 개최해 개혁안 제출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ANA-MPA 통신은 치프라스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기존 협상단을 재편한 정치적 협상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협상단은 국제관계 담당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차관이 총괄을 맡으며 바루파키스 장관도 협상단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이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유럽의회는 중도 우파가 제1당을 유지해 정치적 협상에도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리자는 유럽이 긴축정책으로 극우정당이 득세했기 때문에 유럽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중도 우파를 설득하고 있어 독일이 네오나치 등 극우보다 급진좌파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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