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영등포→울산 이전 때문
서울남부지법 판사들이 8개월간 머리맞대 '열공'한 이유
복잡한 산재 구상금 사건 가이드라인 펴내
근로복지공단 영등포→울산 이전 때문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서울 남부지법 판사들이 다른 법원의 동료 판사들을 위해 8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특정 사건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 책자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판사들이 때아닌 '열공'을 해야 했던 것은 엉뚱하게도 공기업 지방 이전 때문이었다.
남부지법은 '산재 구상금 사건 소송 실무'라는 제목의 책자를 만들어 전국 판사들에게 배포해 실무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산재 구상금 사건이란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산재 급여를 먼저 지급하고 나서 재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제3자에게 청구하는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손해배상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다가 구상금까지 법리를 복잡하게 검토해야 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이 법원 측의 설명이다.
또 근로복지공단과 피해자, 가해자 이외에도 고용주, 책임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여기에 손해배상제도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가 다르고 지급액을 구하는 셈법도 달라 구상금의 액수를 정하는 과정 또한 복잡하다고 한다.
애초 남부지법은 관내인 영등포구에 근로복지공단 본사가 있어 대부분의 산재 구상금 사건을 전담 처리해 전문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작년 3월 공단이 본사를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공단이 있는 울산지법이 구상금 사건을 전담하지 않고 피고의 주소에 있는 전국의 법원에서 사건을 맡게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재 구상금 사건을 처음 접하는 법원과 재판부에서도 효율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부지법에서 산재 구상금 사건을 전담하던 판사 6명이 8개월간 머리를 맞댔다.
구체적인 구상금 액수와 산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이 법원 중액단독 판사 5명이 별도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법리 관계뿐 아니라 소장 검토 때 확인 사항, 경우에 따른 구상금 산출 공식, 구상금 산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식도 등 실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140페이지에 달하는 이 자료는 책자로 인쇄해 배포하는 한편, 코트넷에도 올려 판사들이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의 이전으로 전국 법원에서 산재 구상금 사건을 처음 접하는 재판부에 이 책자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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