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런던 본사 이전여부 검토 착수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런던 본사 이전 여부에 대한 공식 검토에 착수했다.
더글러스 핀트 HSBC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이사회가 은행 경영진에 새로운 환경 아래 HSBC 본사 소재지로 어느 곳이 최적인지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핀트 회장은 "이 문제는 복잡한 사안으로 검토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혹은 어떤 결론이 나올지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다만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HSBC 일부 주주들이 본사를 아시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는 했으나 은행 이사회가 경영진에 본사 이전 여부를 검토하라고 공식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이날 런던 증시에서 HSBC 주가는 이 같은 소식에 4% 가량 급등했다.
핀트 회장이 언급한 '새로운 환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진행돼온 영국의 규제 및 구조적 개혁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핀트 회장은 "지난 월요일 홍콩에서 열린 한 비공식 모임에서 (영국의) 규제 및 구조적 개혁의 최종안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 유지 여부를 둘러싼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집권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내달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캐머런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한시적 은행세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담아 은행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핀트 회장의 발언은 총선전에서 노동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보수당 정부에 타격을 가한 셈이다.
사실 HSBC 은행은 대부분의 수입을 영국 이외 지역에서 얻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거둔 이익이 은행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HSBC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주된 영업무대로 하는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도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런던 본사를 이전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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