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남편 살해한 中여성에 사형집행유예 선고
(베이징 AP=연합뉴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중국 여성이 24일 2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이 여성에게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고 가석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 쓰촨(四川)성 고급법원(고등법원격)은 이날 살인죄로 사형이 선고된 리옌(李彦·44)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2년간의 사형집행 유예 판결을 내렸다. 앞서 중국최고인민법원(대법원 격)은 지난해 6월 이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고 증거가 모호한 점이 있다며 재심을 요구한 바 있다.
중국에서 살인죄로 사형이 선고된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하도록 되돌려 보낸 뒤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런 경우 중국에서는 사형이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된다고 리옌의 변호인은 설명했다.
리옌은 지난 2010년 11월 술에 취한 남편 탄융(譚勇)과 부부싸움을 하던 중 남편이 공기총으로 자신을 위협하자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총을 쏴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절단해 유기했다. 탄융은 평소 리옌을 수시로 구타하고 담뱃불로 얼굴을 지지는가 하면 손가락을 부러뜨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집행유예 판결은 중국내에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 인권단체들도 반기고 있다.
리옌 변호인은 "어제 그녀를 만났는데 시댁 가족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며 "오늘 재심이 있기 전 시댁 사람들이 그녀를 모욕하고 심지어 신발을 벗어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홍콩 지부 연구원인 윌리암 니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가정폭력 희생자에 대한 긍정적 조치로 환영하면서 최근 중국 여성인권운동가 5명이 구금된 사실을 언급했다.
윌리암 니는 "리옌에 대한 집행유예 조치는 가정폭력이 오히려 경감사유가 되는 현실에서 기념비적인 판결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최고법원은 가정폭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판사들에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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