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직선제 폐지 왜…"선거 후유증 때문"
일각에선 "조합원 뜻 왜곡, 참정권 제한" 반발 분위기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전국에서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부산항운노조가 노조원이 직접 선출하던 지부장 선거를 10년 만에 간선제로 전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 측은 우선 직선제의 심각한 후유증을 이유로 꼽았다.
부산항운노조는 노조원에게 참정권을 돌려주자는 취지로 2005년에 간선제를 폐지하고 직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오히려 조합원 간 반목이 심해지고 남은 것은 노·노 갈등의 심화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임기 3년의 지부장이 바뀔 때마다 조합원 간에 불신과 반목이 이어져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었다는 게 노조의 진단이다.
더구나 선거 때마다 당선을 목적으로 사용주, 대정부 공약에서 선명성을 부각하다 보니 취임 후 노사관계 갈등의 원인이 돼 부산항이 노동투쟁의 장이 돼 왔다는 것이다.
노조는 취업비리의 주된 원인이 직선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선거 운동이 치열하다 보니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내가 당선되면 취업시켜 주겠다'는 식의 비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27개 지부에서 4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취업비리 등으로 사법 당국에 구속된 지부장은 10여명에 달했다.
비리 양상도 취업을 미끼로 소개비를 챙기는 고전적인 수법에서 조합원의 퇴직 적립금을 빼돌리는 횡령,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근무일지를 조작해 임금을 더 받아내는 사기까지 다양했다.
이런 혐의로 지부장 측근들이 구속되거나 입건된 사례는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 경찰 등 사법당국의 취업비리 수사가 시작되면 상대편에서 해묵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진정하는 등 이전투구가 횡행해 노조의 사회적 위상이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개혁성향의 지부장들이 노조 집행부에 지부장 직선제 폐지를 건의했고, 이에 노조는 지난 8일 27개 지부 가운데 24개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선구 규약 개정을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노조는 직선제 폐지를 계기로 노사관계 정상화와 함께 노조의 내부 개혁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부장선거의 직선제 폐지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으로 과거로의 회귀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부장 직선제가 없어지면 현 노조 집행부와 위원장의 권한이 막대해져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직선제 폐지와 걸맞은 내부 개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윤종대 노조 홍보부장은 "간선제가 되더라도 지부장을 뽑는 대의원은 직선제로 뽑기 때문에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지부장의 직선제 폐지는 추락한 항운노조에 대한 부산시민의 신뢰를 되찾고 항만노동수급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27개 지부, 7천500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부산항운노조는 인천, 마산, 포항, 제주 등 전국 30여개 항운노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지부장 선임방식을 두고서는 직선제와 간선제를 각각 채택한 항운노조가 섞여 있다.
항운노조는 부두, 보세창고, 냉동창고, 컨테이너 야적장 등지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거나 화물을 묶는 일을 주로 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