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 신라대 교수 "최저임금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부산 '생활임금'…"최저임금 보완" vs "상위법 저촉"
서울·세종·경기 등 확산 추세…실효성·형평성 논란도
김대래 신라대 교수 "최저임금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부산시의회의 조례안 발의와 부산시 반대 입장으로 생활임금에 대한 논란이 재연됐다.
이 논란은 지난해 6월 경기도가 도의회가 발의한 조례에 대해 같은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했다가 도지사가 바뀌며 전격 취하해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생활임금조례는 서울시와 서울의 6개 기초단체, 경기 부천시, 세종시, 광주 광산구 등이 시행 중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여야 연정에 따라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확대까지 검토하는 등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 "미흡한 최저임금 대안"…전국 지자체 '확산 중'
생활임금 조례안을 발의한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정명희 의원은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 의원은 조례안에서 최저임금 이상으로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산시와 직속 기관, 사업소, 6개 공사·공단, 13개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이 대상이다. 민간 부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생활임금위원회'가 부산에서 생활하기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심의, 지급한다.
해당 조례가 시행되면 해당 근로자의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20∼30% 올라가고 해당 업무도 양질의 일자리로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정 의원은 "시간당 5천580원인 최저임금으로는 매일 8시간, 주 5일을 근무해도 월 90만원을 채 가져가지 못한다"면서 "최저임금이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소임을 고려하면 생활임금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임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개념은 아직 국내에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볼티모어시가 1994년 조례를 제정해 지방정부와 거래를 맺거나 재정 지원을 받는 민간 업체에 대해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강제한 것에서 그 유래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부천시가 2013년 처음 도입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세종시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 첫 도입을 시도하다가 상위법 저촉과 대상 범위 논란 등으로 아직 심의 중이다.
여야 연정이라는 정치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그러나 지난 6일 규칙까지 제정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로 지연될뿐 곧 시행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더 나아가 민간 기업과 일선 시·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가 곧 조례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 법제처 유권해석…'근로기준법' 등 상위법에 '저촉'
'상위법 저촉'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생활임금조례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지방자치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각각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그동안 다른 지자체의 요청에 대해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율적인 합의로 결정할 사항이어서 조례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인 공사와 공단, 출자·출연기관은 자치단체장의 감독을 받지만 엄연한 독립법인으로 근로조건은 관련 법령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데 생활임금과 같은 다른 임금 기준을 준수하도록 한 규정이 없다.
근로자의 채용과 관리, 임금 결정 방식은 근로계약 체결사항으로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단체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생활임금조례는 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밖에 조례의 생활임금 지급 조건을 계약 당사자에게 부과하는 조항이 계약 대상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조항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산시의회는 29일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할 예정이지만 집행부의 반대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선 상정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 '실효성' 의문…민간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도
부산시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와 투자·출연기관 직접 채용 근로자에게 시급 6천687원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7천150원, 노원구 7천150원, 인천시 부평구 6천220원, 부천시 6천50원 등이다.
5천580원인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일단 20% 안팎의 임금 인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부산의 올해 예산편성 기준을 보면 시와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하루 6만3천330만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7천916원으로 최저임금은 물론 타 시도의 생활임금보다 높아 조례 제정에 의미가 없다는 게 부산시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부산시 산하 공단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법 저촉 논란과는 별개로 공공 부문은 확대되고 있지만 임금 인상 압력에 가뜩이나 어려운 민간 부문에 부담이 될 수 있고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대표인 김대래 신라대 교수는 "소득이 낮은 부문의 임금을 올려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소박한 조례로 긍적적인 측면이 많다"며 "그러나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는 임금 인상 요인으로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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