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보다 '시의 대화'가 편해"…한일 시인의 시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23 16: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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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하던 두 나라 시인 신경림-다니카와 �타로 환담
△ 대화 나누는 한-일 대표 시인 (서울=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식당에서 열린 대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자인 다니카와 �타로(왼쪽), 신경림 작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4.23 yangdoo@yna.co.kr

"모국어보다 '시의 대화'가 편해"…한일 시인의 시담

대시하던 두 나라 시인 신경림-다니카와 �타로 환담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친근감도 있었고 공통점이 많아 즐거웠습니다. 서로 체격이 비슷해서 더 가깝게 느꼈을까요?"(다니카와 �타로)

"여러 가지로 복잡한 관계가 많은 나라이고, 시를 쓰는 말도 다르지만 생각하는 것은 뜻밖에도 비슷하고 같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더 기뻤습니다."(신경림)

일본 시인 다니카와 �타로(谷川俊郞)와 한국의 신경림 시인은 지난해 1∼6월, 이메일을 통해 대시(對詩)를 나눴다. 대시란 일본의 전통적인 시 창작기법으로, 둘이서 주고 받으며 짓는 시를 말한다.

두 시인의 대시와 대담, 수필을 엮은 책은 한국에선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라는 제목으로, 일본에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니 막걸리를 천천히 맛본다'를 이름으로 지난달 동시에 출간됐다. 출판사 예담이 펴내는 '한일 작가들의 대화'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다니카와의 방한으로 한자리에 모인 두 시인을 23일 서울 중구의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신경림은 다니카와의 시를 '순진무구'하다고 표현했다.

"일본 시가 대부분 아주 복잡하고 난해해서 별로 정이 안 갔는데, 일본 시인 중에서 유일하게 다니카와 시인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대시에 응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유일한 일본 시인이었다는 점 때문이에요."

다니카와는 "저는 신경림이라는 사람 자체를 알아간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일반적인 인간의 성격 안에, 어딘가에 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처음부터 신 선생님의 시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대시를 쓰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으로서의 면모에 반했다는 두 사람의 말처럼 대시집은 국가도, 정치도 논하지 않고 오로지 시와 인간을 이야기한다.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 / 가끔 별사탕을 입에 넣는다 / 형형색색의 야릇한 별 / 그 작은 뿔들이 혀 위에서 녹아간다 / 어린 시절의 순진함을 간직하고 싶네"(다니카와)

"방안 가득한 찔레꽃 향기 / 코를 간질이는 보리 익는 내음 / 초여름 밤바람은 사정이 없구나 / 나 이렇게 / 철딱서니 없이 들뜨니"(신경림)

다시카와는 "일본 정치가나 기업가와 대담하는 일이 있지만, 그들과 모국어로 얘기하는 것보다 언어가 달라도 시인과 대화할 때 통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처음 신경림을 만났을 때부터 기분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시 작업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관조적인 이들의 시풍에 과한 감정이 들어가기도 했다.

"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 / 몇 백 명 아이들이 깊은 물 속 / 배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는 / 온 나라가 눈물과 분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 / 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신경림)

"별 이름 모르고 싶다 / 꽃 이름 외우기 싫다 / 이름이 없어도 있어도 다 같이 살아 있는데 / 신은 명명 이전의 혼돈된 세계에서 / 다만 졸고 있으라"(다니카와)

신경림 시인은 "참사의 충격이 너무 커서 사실 나는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었어요. 그러나 이럴수록 시를 써서 이 복잡한 마음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대시가 아니고 내 시 세계의 한 면을 만드는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웠던 대시 과정처럼, 두 사람은 앞으로의 교류도 "자연스럽게 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시 낭송 콘서트 '세상을 시로 위로하다'를 열고 독자를 만난다. 콘서트에서 이들은 "시인은 아무것도 못한다는 절망감이 있는 한편 역시 시를 가지고 사람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화두로 이야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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