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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둥회의에서 연설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카르타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
반둥서 기대 저버린 日아베…한일관계 더욱 불투명(종합)
美연설·아베담화에 기대 낮아져…중일 정상회담 속 소외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목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반둥회의 기조연설이 우리로서는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 기조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반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 등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잇따른 국제무대에서의 "좋은 계기를 놓치지 말라"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메시지 발신에도 사죄와 반성을 담은 과거 무라야마 담화나 고이즈미 담화와는 거리를 둔 셈이다.
아베 총리의 반둥회의 기조연설은 오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께로 예상되는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로 인식됐다.
아베 총리가 반둥회의에서 첫 스텝을 잘못 밟으면서 미 의회연설과 아베담화에 대한 기대도 좀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전후 70년 담화에 '침략', '사죄' 등 표현을 담을지에 대해 "(과거 담화와) 같은 것이면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한 이상 다시 한번 쓸 필요는 없다"면서 이미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 연방 하원의원들은 물론 미 현지 언론도 아베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의 '마이 웨이'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 대표로 반둥회의에 참석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의 연설문에 "사죄의 표현이 없어 깊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아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등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미국을 통해서도 우회적 압박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베 총리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아베 총리의 방미와 미 의회연설 이후 일본은 미일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안보이익을 챙기고, 우리 정부로서는 아베 총리로부터 과거사 인식과 관련해 아무런 진전을 얻지 못하는 '외교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정부의 투트랙 전략도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도 안보나 경제 등 상호 호혜적 분야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서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한미일 3각공조의 안보분야도 원활히 돌아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더 나아가 미국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견인해낼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한미관계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우리 정부가 반둥회의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부총리도 정부 대표로서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아베 일본 총리에 비해서는 당연히 비중이 떨어진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가 이날 오후 중일 정상회담을 하고 관계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한일관계의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외교가 다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의 중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다만 우리 정부도 나름의 일정을 가지고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중일관계의 진전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아직은 반둥회의 연설을 봐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중일이 움직이는 것과 상관없이 한일이 문제를 풀려 하는 시점으로, 우리의 고립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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