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앞세웠던 인사특위…체면만 구긴 새누리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이시종 충북지사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를 검증하겠다며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추진했던 인사특별위원회 구성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
새누리당은 21일 오전 도의회 임시회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인사특위 철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지만, 이미 철회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이 지사가 관피아, 선(선거캠프)피아, 보은인사를 했다"며 "최소 2∼3명은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던 결기는 온데간데없다.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했던 '매파' 의원들의 기도 누그러졌다.
지난달 초 인사특위 구성을 처음 제의한 새누리당 강현삼 의원조차 "여야 원내대표단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을 뺐다.
인사특위 구성을 철회하면서 새누리당이 명분을 챙긴 것도 아니다.
특위 구성 철회를 조건으로 이 지사의 입장 표명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이 지사로부터 인사권에 잘못이 있었다는 사과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도의회 여야 원내대표단이 합의한 이 지사의 입장 표명 문안은 '인사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이 말씀하신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여러 문제가 있다면 검토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수준이다.
문제점을 따져보고 보완할 게 있으면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일상적인 도의회 질의에 대한 의례적인 답변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새누리당이 요구했던 '인사문제로 인해 도민께 심려 끼쳐드린 점은 죄송하다'는 문구는 고사하고, '죄송', '사과' 등의 용어조차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이 정도 수위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분위기다.
대다수는 수용해야 한다는 태도다.
새누리당이 이 지사의 사과라는 성과물도 건지지 못했음에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이유는 의욕만 앞세워 성급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자치단체장 인사권을 침해하는 인사특위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집행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집행부는 대법원까지 가겠다며 법정싸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여기에 이 지사도 그동안의 인사가 문제될 게 없다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여기에 새누당 정우택 의원이 지사로 재임하던 민선 4기에도 정실 인사는 있었던 것 아니냐는 여론도 부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특위 구성을 강행했다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 패한다면 '조례를 만드는 의원들이 위법활동을 했다'는 역풍만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법적 분쟁과는 별도로 인사특위를 독자적으로 구성, 강행할 수는 있겠지만 집행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어정쩡한 모양새가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원하는 수준의 이 지사 입장 표명도 끌어내지 못한채 서둘러 방향을 선회한 데는 이런 복합적인 내부의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안위하고 있다.
이 지사가 본회의장에서 인사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은 아니냐는 얘기다.
이 지사가 '제도적 보완'을 약속하기로 한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선언적 수준의 발언일지언정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만큼 앞으로의 인사권 행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제도적 보완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걸 명분삼아 인사특위 구성을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셈법도 하고 있다.
임병운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 지사의 인사권에 문제가 있으면 추후 언제든지 인사특위 구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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