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재량사업비와 뭐가 다르나…추경예산 지켜볼 것"
재량사업비 사라졌지만…충북도의원 생색용 사업 '여전'
농로개설 등 지역구 소규모사업 시·군 통해 우회적 요구
시민단체 "재량사업비와 뭐가 다르나…추경예산 지켜볼 것"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도의원들이 원하는 사업에 사용하던 이른바 '재량사업비'는 사라졌지만 충북도의원들의 생색내기용 지역구 사업비 챙기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심의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집행부를 압박, 제 몫을 챙기려는 도의원들의 '갑질'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시·군에서 하면 될 소규모 사업에 예산이 쪼개지면서 정작 도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던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량사업비 폐지를 관철시켰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재량사업비와 다를 바 없는 도의원들의 부당한 지역구 챙기기 예산 편성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설 태세다.
충북도가 편성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지난해까지 관행적으로 편성됐다가 올해부터 사라진 도의원 재량사업비와 성격이 유사한 소규모 사업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도의회가 지난해 12월 도의원 재량사업비로 불리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폐지를 선언했고, 충북도 역시 규모가 작은 '동네사업'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도의회 제339회 임시회에 제출될 충북도 '예산안 사업명세서'에는 경로당 등 노인여가시설 기능 보강(6억2천850만원), 소규모 공공시설 개선 사업(7억200만원) 등의 예산안이 편성됐다.
노후 불량 공동주택 단지 내 시설 보수(3억5천400만원) 등의 항목도 추경예산안에 담겼다.
농로 포장이나 마을 진입로 정비, 경로당 신설, 특정 아파트 앞 계단 보수나 경계석 설치 등 도의원들이 지난해까지 충북도에 요구해 편성했던 재량사업비 관련 사업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소규모 사업들이다.
도의원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해 지역구 내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던 재량사업비는 사라졌지만, 방법을 달리해 도의원들이 생색을 낼 수 있는 선심성 소규모 사업 예산을 지원하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의원은 "지역구 사업을 외면할 수 없어 시·군과 상의해 도에 건의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 도의원의 말처럼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예산 편성 절차는 예전과 다르다.
지난해까지는 도의원들이 자신의 재량사업비 몫에 맞춰 작성한 사업 목록을 집행부에 전달하면 그대로 예산이 세워졌다.
집행부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예산 편성권'을 도의원들이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 이유다.
그러나 올해에는 각 시·군이 사업 추진을 건의하면 도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 도의원들이 개입,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챙기면서 유권자들에게 생색을 내는 것이다.
지난해 재선의원의 경우 1인당 3억9천만원, 초선 의원의 경우 9천만원씩의 재량사업비가 책정됐었다. 전체적으로는 133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재량사업비가 사라졌지만 시·군이 건의하고 도가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편성되는 도의원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합리한 예산 편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재량사업비를 포기하겠다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연출했던 도의원들이 제 실속은 그대로 챙기고 있는 것이다.
도의원 재량사업비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부적절한 예산 편성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충북도 역시 도의원 눈치 보기에 급급,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당시 충북도는 농로를 닦거나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소소한 사업은 시·군이 맡고, 도는 굵직한 정책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이 변칙적으로 지역구 챙기기 소규모 사업비를 챙긴다면 재량사업비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도의원 선심성 예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이번 추경예산안 심의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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