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장학금 1천만원 기부한 환경미화원 양해숙씨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16 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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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할 기회 주고 아들 잘 교육시켜줘 고마워"
△ 부경대 환경미화원, 대학에 1천만원 기부 (부산=연합뉴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천만원을 기부한 부경대 환경미화원 양해숙씨. 2015.4.16 << 부경대 제공 >> youngkyu@yna.co.kr

<사람들> 장학금 1천만원 기부한 환경미화원 양해숙씨

"나에게 일할 기회 주고 아들 잘 교육시켜줘 고마워"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29년째 일하는 환경미화원이 대학에 장학금으로 1천만원을 기부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거금'을 선뜻 내놓은 주인공은 이 대학 총무과 소속 양해숙(57·여) 씨.

양씨는 지난 15일 오전 부경대 김정욱 총무과장에게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주면 좋겠다"면서 수표 한 장을 건넸다. 1천만원짜리였다.

자신에게 평생 일할 기회를 주고 아들을 잘 가르쳐준 은혜를 갚고 싶었다는 게 그가 장학금을 기부한 이유다.

양씨는 1987년부터 부경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들 오모(34)씨는 2001년에 이 대학 경영학부에 입학해 2008년에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뒤 국내 모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당당하게 부경대에 입학한 아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모자는 캠퍼스에서 자주 마주쳤다고 한다.

양씨는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걷다가도 내가 쓰레기가 가득한 손수레를 끄는 것을 보면 곧바로 '엄마. 제가 끌고 갈게요'라며 손잡이를 낚아챘다"고 회고했다.

양씨는 "그러면 내가 미안해서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말려도 아들은 친구들에게 '얘들아. 우리 엄마다'라며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들이 취업면접 때 '어머니는 같은 대학에서 청소하는 분이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고 한다"면서 "지금도 직장생활을 하며 부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아들이 가끔 일하는 곳으로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자신이 일하는 대학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는 순간부터 대학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으로 따로 통장을 만들어 돈을 모았다는 양씨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양씨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조용히 돈을 전달했는데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돼 당황스럽다"면서 "나는 작은 씨앗을 뿌려놨고 아들은 이 대학과 후배에게 더 큰 도움을 주는 나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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