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탈린시대 배경 할리우드 영화 상영 금지
'차일드 44' 개봉 하루 전 취소…러 "역사 왜곡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러시아가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의 상영을 금지했다. 2차 세계대전과 소비에트연방 시민 등과 관련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 이유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문화부는 이날 개봉을 하루 앞둔 할리우드 영화 '차일드 44'의 배급 허가를 취소했다.
영국 작가 톰 롭 스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차일드 44'는 톰 하디, 게리 올드만, 뱅상 카셀 등이 출연하는 영화로, 스탈린 시대 어린이 연쇄살인범을 쫓는 소비에트 비밀경찰의 이야기다.
러시아 정부는 이 영화가 2차 세계대전 발생 전후와 발발 당시의 사건들, 그리고 당시 소비에트연방 시민들의 이미지에 대해 '괴상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문화부 장관은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소비에트 관리들을 신체적·도덕적으로 인간 이하의 존재로 묘사했으며, 소비에트연방을 '반지의 제왕' 속 가상의 공포공간인 '모르도르'처럼 그렸다"고 비난했다.
장관은 문화부 웹사이트에 "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을 맞은 올해 '차일드 44'와 같은 영화가 러시아 전역에 상영돼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러시아의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영화 제작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소비에트연방과 러시아인 주인공이 그리 훌륭하게 묘사되지 않은 영화들이 러시아에 개봉됐지만 이처럼 상영이 금지된 적은 없었다"며 "이제 역사와 관련된 모든 것은 문화부가 설정한 프레임에 꼭 들어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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