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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해역찾은 희생자 가족들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 조도면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
"오늘이 1년 전 그때였으면 좋겠어요"(종합)
세월호 희생자 가족 200여명 사고현장 찾아 오열속 추모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오늘이 1년 전 그때였으면, 좋겠네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비극의 참사현장을 다시 찾았다.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팽목항에 출항한 여객선에는 각각 희생자 가족 200여명이 꽃다발과 밤새 눈물로 쓴 편지 등을 들고 승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미처 꽃을 준비 못 한 다른 가족들에게 장미꽃 한송이, 안개꽃 한 다발씩을 뽑아 나눠주며 세월호 침몰현장으로 가기 위해팽목항을 떠나는 여객선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승선했다.
떠난 이들의 생전 추억부터, 수백 일에 달하던 전남 진도에서의 수색상황까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1시간 30여분이 지나고 이윽고 바다 밑에 세월호가 있음을 뜻하는 부표가 가족들의 눈에 들어왔다.
가족들은 여객선의 1~2층의 난간에 매달려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모습 드러내면서도 정작 세월호 선체의 모습과 떠나간 이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야속한 바다를 속절없이 바라봤다.
"사랑해, 보고 싶어. 미안해. 잘 있니."
그동안 마음에 담아놓았던 그리움이 치유되지 않는 가슴의 틈에서 새어나와 외침으로 울려 퍼졌다.
이들 가족은 마지막 인사조차 나눌 시간도 없이 떠나보낸 아빠, 엄마, 형, 동생, 친구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절규했다.
특히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9명의 희생자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침몰 해역을 찾은 가족들은 1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한 희생자 부모는 딸이 없는 곳에서 더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부르짖으며 바다로 뛰어내리려고도 해 주변인들이 붙잡기도 했다.
유경근 세 월호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년이 지나면 현장에 와서 추모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앞으로도 떠나간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대를 이어서라도 진상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 출항한 여객선에 올라탄 희생자 가족 중 한 명은 참사 해역에 도착하자 1년여동안 동고동락한 희생자 가족들에게 국화꽃 한 송이씩을 나눠주며 "오늘이 1년 전 그날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 마지막인지 모르고 잘해주지 못한 후회, 수학여행길에 나서는 자식을 붙잡지 못한 덧없는 아쉬움이 까슬하게 삭발한 그의 두 눈에서 눈물로 맺혔다.
이날 참사해역 방문에는 실종자 가족도 함께했다.
세월호 실종자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54) 씨는 이날 진도읍에서 산 꽃다발을 들고 아픔의 바다를 다시 찾았다.
그는 "1년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의미 없는 숫자다"며 "남편을 세월호에 잃고, 바다에서 찾지 못한 오랜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며 눈물을 훔쳤다.
참사 이후 세월호 가족들에게 시간은 다른 의미였다.
수색이 한창이던 때는 24시간 밤낮을 잊고 물때를 좌우하던 월력(月曆)에 따라 소조기만 애타게 기다렸고, 수색이 종료된 이후에는 인양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눈물로 하루 하루를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1년을 맞아 참사현장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가족들은 하나같이 "1년이 지나면…"이라며 세월호 1년 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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