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지영 "'말괄량이'로의 변신 기대하세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14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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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주역 '카테리나'
△ '말괄량이'로 변신한 김지영 "와일드한 모습 기대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국립발레단이 29일 무대에 올리는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말괄량이'로 등장하는 수석무용수 김지영. 2015.4.14 seephoto@yna.co.kr

발레리나 김지영 "'말괄량이'로의 변신 기대하세요"

국립발레단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주역 '카테리나'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국립발레단이 오는 29일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연습 현장이다.

김지영·이은원·신승원, 김현웅·이동훈·이재우 등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곳에서는 진지한 가운데 난감한 웃음과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남녀 무용수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목마에 거꾸로 매달려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은 고난도에 묘기에 가까웠다. 그지없이 우아하기만 했던 발레리나들은 '몸 개그'를 펼쳐보이며 제대로 망가졌다.

특히 '맏언니'인 수석무용수 김지영(37)은 그동안 청순한 비련의 여주인공만을 연기하다 18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만난 김지영은 "처음 해보는 역할이라 동작이나 캐릭터 등 모든 것이 아직은 새롭고 불편하지만 잘 맞춰나가면 굉장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 제가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존 크랑코가 안무한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을 각색한 작품으로, 비극이 많은 발레 작품 가운데 몇개 되지 않은 희극발레다.

천방지축 '카테리나'와 그녀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는 '페트루키오'의 팽팽한 공방전을 유쾌하게 그린다. 동시에 무용수에게는 고도의 테크닉과 연기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2006년 강수진 예술감독이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국내 초연했다. 국립발레단이 이번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연권을 얻어 무대에 올린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1997년부터 '카테리나' 역을 맡았던 강 예술감독이 직접 지도한다.

김지영은 "'카테리나'는 굉장히 와일드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아이"라며 "감정표현을 잘 못한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한 면도 있어 남 같지 않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기존의 클래식 발레 주인공들은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도 '발레' 하면 어렵고 지겹게만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굉장히 코믹하고 재미있어요. 춤을 보여주기 위한 발레가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를 춤으로 들려주는 작품이죠."

일단 이 재미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왈가닥 캐릭터와 까다로운 동작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것이 먼저다.

특히 '파드되'(2인무)는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김지영이 목마 장면 연습 때 "어떡해!", "아, 힘들어!"를 연발할 만큼 어렵다.

"남녀 2인무가 굉장히 어려워요. 연습이 아주 많이 필요하고 상대와 호흡이 정말 잘 맞아야죠. 파트너인 김현웅 씨와는 그동안 호흡을 많이 맞춰왔지만 그럼에도 어려울 만큼 까다롭죠. '카테리나'가 무대에서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역할이어서 에너지 소모도 많고요."

그는 "신작을 할 때는 처음에는 힘들고,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지 않으면 계속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작품들은 발전 가능성과 동기를 부여해서 무용수로서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199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활동하다 2002~2009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며 유럽에 이름을 알렸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복귀해 지금에 이르렀다. 내년이면 프로에 데뷔한 지 햇수로 20년이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제가 20년 동안 춤출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서른다섯 살쯤 되면 당연히 춤을 관두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겠지 생각했죠. 10여 년 전 강 예술감독님의 데뷔 20주년 때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너무나 신기합니다. 그래도 처음 제가 꿈꿨던 일들이 다 이뤄진 것 같아요. 뭔가 계속 꿈을 꾸고 있다면 10년 뒤에도 이뤄지겠죠."

발레리나로서 적지 않은 나이기는 하지만 그는 "오히려 좋은 나이"라고 말한다.

"워낙 우리나라가 젊은 무용수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아직 제 또래의 동료 무용수들이 활약하고 있어요. 절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늙은 나이도 아니죠. 춤추는 것이 점점 소중해지는 나이인 것은 분명하지만요. 계속 발전하는 무용수가 된다면 무대에서 내려올 때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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