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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테헤란 주재 사우디대사관 앞에서 열린 성추행사건 항의 집회(AP=연합뉴스DB) |
'사우디공항 성추행' 일파만파…이란 "성지순례 유보"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에서 이란 소년이 공항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란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며 사우디와 마찰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13일(현지시간) 이란 문화·종교부가 이란 국민의 '움라'(비정기적 약식 성지순례)를 유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리 잔나티 문화·종교부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성지순례위원회의 결정으로 사우디가 성추행범들을 처벌할 때까지 오늘부로 사우디로 가는 움라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말했다.
성지순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를 돌며 행하는 중요한 종교행사다. 이슬람의 종주국을 자부하는 사우디는 비록 적대적 관계인 국가나 종파가 다른 무슬림이라더라도 성지순례만큼은 별다른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지순례를 유보한다는 결정은 종교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대응이다.
잔나티 장관은 "이란 성직자 상당수가 이 사건에 우려를 표했고 사우디의 공항 관리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믿는다"며 "사우디 정부가 범인을 엄벌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11일 관련 부처에 성추행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 진상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건은 이달 초 이란 10대 중반 소년 2명이 사우디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길에 제다 공항 출국 검색대에서 공항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7일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이들 소년이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때 경보음이 울리자 사우디인 공항 직원 2명이 소지품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란 외무부는 7일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 대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데 이어 8일 외무부로 소환해 이를 엄중히 항의하는 한편 사우디 정부에 이 사건을 규명하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제다 주재 이란 총영사관은 사우디 법원에 공항 직원 2명을 제소했다.
성추행 의혹 사건의 여파는 이에 그치지 않고 11일 주테헤란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수백명이 모여 대사관 철수와 메카 성지순례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 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직후 사건에 연루된 공항 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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