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공습 불참' 파키스탄 두고 이란-사우디 외교전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아랍권의 예멘 시아파 반군 공습에 사실상 불참을 선언한 파키스탄을 두고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전이 벌어졌다.
사우디는 파키스탄을 어떻게 해서든 수니파 연대 속에 묶어두려는 반면 시아파 맹주 이란은 교묘히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이번 외교전의 발화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전격 개시된 사우디 주도의 예멘 반군 공습이다.
파키스탄은 공습 초기 이에 군사력을 보낸다고 했다가 10일 의회가 공습 불참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발을 뺐다.
파키스탄이 방향을 튼 데엔 이란의 시의적절한 외교 전략이 한 몫 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핵협상을 마무리 짓자마자 9일 재빨리 파키스탄을 찾아 예멘 사태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의 무력을 동원한 예멘 해법과 대조되는 전략을 구사해 그렇지 않아도 군사력 동원이 부담스러운 파키스탄을 설득한 것이다.
자리프 장관은 이어 레자 랍바니 파키스탄 상원의장과 만나 국경지대의 안보와 치안 유지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맞닿은 서부 국경 산악지대에 창궐하는 탈레반 세력과 반정부 시아파 무장단체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이를 진압하려면 이란의 정보·군사 협력이 절실하다.
안보 현안뿐 아니라 파키스탄은 경제적인 이유로도 이란과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해결해야 하는 파키스탄으로선 이란산 천연가스를 싸고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길이 필요하다.
때마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중국이 이달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때 이란산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으로 운반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평화 가스관 프로젝트'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들처럼 마냥 사우디의 노선에 동참할 수 없는 배경을 짐작케 하는 배경이다. 예멘 공습 불참 결정을 구속력없는 의회 결의안에 의지한 것은 파키스탄 정부가 처한 난감한 위치를 짐작케 한다.
이란이 선수치긴 했으나 사우디도 파키스탄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2일 파키스탄에 도착한 셰이크 살레 빈압둘아지즈 빈무함마드 알셰이크 사우디 이슬람권 담당 정무장관은 13일 파키스탄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예멘 공습에 적극 동참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알세이크 장관은 이번 방문과 관련, 12일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최선을 기대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파키스탄은 201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천275달러로 경제적으론 빈국이지만 인구가 1억9천만명인데다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대국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국경을 길게 맞대 전통적으로 관계가 긴밀해 안보정책상 비중이 큰 데다, 지리상으로 예멘 공습에 동참한 다른 아랍권 국가보다 특히 해군력 파병과 지상군 상륙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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