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편히 쉬길…' 탈북자 수목장지 제공한 마을이장
(광주=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광주시의 한 40대 마을이장이 경찰서에 북한 이탈주민들을 위한 수목장지를 제공해줘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광주시 오포읍 신현2리 이장인 김경수(48)씨는 지난해 지역 봉사단체인 사랑의봉사단에서 독거노인을 돕는 등 봉사활동을 하던 중 광주지역에 북한 이탈 가족 제1호로 알려진 김만철씨를 비롯, 북한 출신 이웃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남한 땅에서 정 붙일 곳도 마땅치 않겠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모친의 장례를 치르면서, 북한 이탈주민들을 도울 방법을 구체화하게 됐다.
김씨는 "어머니는 선산으로 모셨지만, 북한 이탈주민들은 사망 후 갈 곳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땅을 내어주고 수목장지를 조성하면 북한 이탈주민들이 사망한 뒤 편히 쉴 곳이란 생각으로 광주지역에 정을 붙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사랑의봉사단 회장을 통해 광주경찰서 보안계에 이러한 생각을 전달했고, 지난해 10월 자신 소유의 오포읍 능평리 땅(650㎡)을 북한 이탈주민 7명과 합유등기했다.
합유등기란 부동산 처분 시 공동등기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기의 한 종류다.
나중에라도 다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땅을 북한 이탈주민의 수목장지로만 사용하겠다는 김씨의 굳은 의지를 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3일 '포근한 동산'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수목장지에는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광주시 협의회와 광주서 보안협력위원 등의 도움으로 3그루의 소나무도 식재됐다.
이 소나무에는 각각 대한, 민국, 통일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광주서는 이날 김씨를 보안협력위원으로 위촉했다.
광주서 관계자는 "현재 이 수목장지는 광주시 거주 3년 이상된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추후 인근지역에서 거주하는 북한 이탈주민이나 광주에 전입온 지 얼마 안된 이탈주민 등도 협의를 거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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