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이어온 나일강 분쟁 해소될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13 16: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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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와 다퉈온 에티오피아, 나흐다 댐' 기본합의 이행 전망
"최종 합의까지는 멀고도 험해"

한 세기 이어온 나일강 분쟁 해소될까

이집트와 다퉈온 에티오피아, 나흐다 댐' 기본합의 이행 전망

"최종 합의까지는 멀고도 험해"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인이 머리를 맞대는 '제7차 세계물포럼'(12~17일)이 대구와 경주에서 열리고 있다. 물 관련 최대 국제행사로, 기후변화, 재해, 에너지 등 16개 대주제를 다루는 주제별 과정, 물과 위생,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물관리 등 8개 주제별로 정부 차원의 해법을 논의하는 정치적 과정, 지역별 물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지역별 과정, 그리고 과학기술과정과 시민포럼 등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물이 지니는 중요성만큼이나 물을 둘러싼 분쟁은 역사적으로 끊이지 않았다. 인더스강을 놓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문제로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가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메콩강 개발을 둘러싸고 중국,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메콩강경제권(GMS) 6개국이 협력과 견제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아프리카의 나일 강 분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23일 이집트와 수단, 에티오피아 3국 정상은 수단 수도 하르툼에 모여 에티오피아의 '나흐다'(르네상스) 수력발전 댐 건설 및 나일 강 수자원 공유에 대한 기본 합의에 서명했다. 이 합의는 나일 강을 둘러싸고 근 한세기 동안 지속돼 온 역내 분쟁을 종식시키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국제적인 기대를 모았다.

이집트는 한때 자국의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전쟁불사'까지 내세우며 이 프로젝트를 완강히 반대했다. 에티오피아 의회가 2013년 이집트와 수단에 나일 강 이용 우선권을 준 조약을 대체하는 협정을 비준했을 때 무함마드 무르시 당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집트인의 삶은 나일 강과 맺어져 있다"면서 "만일 나일강물이 한 방울이라도 줄어든다면 우리는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한 것이 그 한 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2천500년 전 이집트를 '나일 강의 선물'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나일 강과 이집트인의 삶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보인다. 러시아 시사월간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극비로) 9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현재 이집트 전체 면적의 5%에 불과한 나일 강 양안에 이집트 전 인구의 약 90%인 9천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이집트 전역에 강우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담수 수요의 90% 이상, 그리고 전력 수요의 50% 이상을 나일 강에 의존하고 있다.

많은 이집트인은 여전히 이집트가 나일 강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권을 지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배경은 지난 세기에 체결된 2개의 조약 때문이다. 그 첫째는 1929년 5월7일 무함마드 마흐무드 파샤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이집트 주재 영국 대사인 조지 로이드 간에 체결된 나일 강 분할조약이다. 골자는 나일 강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력 발전소 건설과 다른 장비 및 노동력의 투입을 금지하고 이집트가 이를 감독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은 당시 '동양의 진주' 인도로 가는 가장 빠른 통로인 수에즈 운하에 대한 통제권 확보를 위해 독립국이었던 이집트와 사이좋게 지낼 필요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 나일 강에 대한 전권을 허용했다고 한다. 영국은 당시 자국령으로, 역시 나일 강이 흐르는 탄자니아, 수단, 케냐, 우간다의 명의도 이 조약에 함께 담았다.

두 번째는 수단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지 3년 뒤인 1959년 수단과 체결한 조약이다. 수단은 강 유역면적이 190만㎢로 나일 강이 가장 넓게 분포한 국가로, 이 조약은 양국에 나일 강 전면 통제와 이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840억㎥에 이르는 나일강물의 75%인 555억㎥를 이집트가, 나머지 185억㎥를 수단이 각각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총 수량의 약 10%는 증발 등 자연유실분으로 간주했다. 이 조약에도 다른 나일 유역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은 1960년대에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이 때문에 이후에도 근 반세기 이상 나일 강에 대해 사실상 전면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1960년에는 소련의 지원을 받아 아스완댐까지 건설했다. 아스완 댐으로 인해 다 채우는 데만 5년이 걸린, 총 연장 500km가 넘는 나세르 호수가 형성됐고 이 덕분에 이집트의 농업생산량은 다섯 배나 늘어났다. 나일 상류 지역, 즉 이집트와 하류지역 국가간 국내총생산(GDP) 격차도 벌어져 현재 이집트의 GDP는 역시 상류지역으로 분류되는 에티오피아보다도 7.5배나 많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에티오피아,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의 수자원 관련 장관들은 2010년 5월14일 이집트와 수단의 반대 속에 우간다의 엔테베에 모여 모든 나일 강 유역 국가들에 공정한 나일 강 이용권을 부여하는 합의안을 채택했다. 1929년 이집트와 영국 간, 1959년 이집트와 수단간 조약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이듬해 청(靑) 나일에 나흐다 댐을 짓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수단과 접경한 북부 구간을 4년만에 완공했다. 댐공사 중 에티오피아가 청나일의 물길을 일부 바꾸자 이집트 정치권에서는 에티오피아내 반체제 세력을 지원해 댐을 폭파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며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3국 정상은 지난달 23일 '나흐다' 수력발전 댐 건설 및 나일 강 수자원 공유에 대한 기본 합의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나흐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에티오피아는 이 발전소에서만 6천㎿(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는 현재 에티오피아 전체 발전 용량의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사업비만 에티오피아 GDP의 약 15%에 이르는 47억 달러에 이른다.

합의서에 서명한 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우리는 협력을 선택했으며 발전을 위해 서로를 신뢰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도 이번 합의가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사월간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는 이 문제에 대한 심층기사를 통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일 강에 대한 이집트의 입장이 이처럼 완화된 것은 무엇보다 이집트의 내정 때문에 잠시 미뤄진, 한시적인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현재는 중요한 내정 문제들 때문에 나일 강 문제를 잠시 뒤로 미뤄놓은 상태로,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권력이 공고화되면 에티오피아의 나흐다 수력발전소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보다 분명해 질 것"이라고 했다.



◇ 나일 강

아프리카 동부에 있다. 총 길이 6천671km로 세계에서 가장 길며, 유역면적도 300만7천㎢로 아프리카 대륙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남북한이 남북 정점까지 1천km, 총 면적이 22만3천348km²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크기와 규모를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하천 상류의 백(白) 나일 강은 우간다와 케냐, 탄자니아에 걸쳐 있는 아프리카 최대 담수호이자 세계 3위인 빅토리아 호에서 발원하고, 청(靑) 나일 강은 에티오피아의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시작돼 수단의 하르툼에서 백나일강과 합쳐진다. 나일 강은 이어 이집트 동부를 거쳐 지중해로 들어간다.

이집트와 수단,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우간다와 케냐, 탄자니아, 부룬디,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에리트레아 등 11개국이 나일 강의 영향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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