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산유국들의 지도자' 지위 유지 부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12 15: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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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 라이벌 도전 등 사면초가..아람코 인력감축 등 위기경영책 마련

사우디, '산유국들의 지도자' 지위 유지 부심

산유 라이벌 도전 등 사면초가..아람코 인력감축 등 위기경영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가격 전쟁' 주도에 따른 산유 라이벌들의 반발에다 시장 경쟁력까지 약화되는 등 '지도국 지위'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국들이 작년 11월 OPEC 회의에서 '가격 지지'에서 '시장 점유율 고수'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이를 계기로 원유시장의 질서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사우디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대와 러시아, 쿠웨이트 등 산유 라이벌들의 거센 도전 등 사면초가 상황에서 영향력 유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 분석했다.

OPEC 내 비걸프 산유국들인 이란과 베네수엘라, 또 일부 아프리카 산유국들은 감산을 주장하고 있으나 산유량이 사상 최고 수준인 사우디(3월 중 하루 평균 1천30만 배럴)와 쿠웨이트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감산 요구에 대해 이브라힘 알 무한나 사우디 석유장관 수석 보좌관은 "OPEC이 1970년대 이후 총 19번의 감산을 단행했지만 유가가 오른 것은 8번에 그쳤다"는 말로 오는 6월 회의에서 정책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쿠웨이트 등이 원유시장에서 사우디를 제치고 입지를 강화하는 등 도전이 만만치 않다. 러시아, 쿠웨이트는 물론, 아프리카 앙골라도 중국, 인도, 유럽 정유업체들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쿠웨이트는 최근 중국 최대 정유사인 시노펙과 10년 간 원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2월 두 달동안 쿠웨이트와 U.A.E.가 중국으로 수출한 물량이 각각 98%와 116% 증가한 것도 사우디의 지위가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만에 최대로 공급하는 지위를 쿠웨이트에 빼앗겼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운송비 절감 등을 통한 수출단가 인하로 사우디의 시장 점유율에 도전하고 있다.

셰일가스 업체들을 겨냥해 '저유가'로 아시아 시장을 두드려봤지만 셰일가스 생산량이 줄곧 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결국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해 원유 수출고의 3분의 2를 차지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5월 인도분 경질유의 가격 할인폭을 축소한다고 5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산 경질유의 5월 수출 가격은 4월보다 30센트 가량 올랐다.

아람코가 지분의 절반을 소유한 사우디 정유사 모티바 엔터프라이즈도 선적비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앙골라와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을 늘리고 사우디 물량은 줄이고 있다.

서유럽에서도 고정가 구매 요구에 응하지 않는 나라들에게 공급중단을 위협했으나 제한적인 효과를 보는데 그쳤다. 이탈리아의 하류 부문(수송·정제·판매) 대표협회인 유니오네 페트로리페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서 이라크가 사우디를 제치고 최대 공급국이 됐다.

또 세계 원유시장이 하루 100만∼200만 배럴의 공급과잉 속에 사우디의 점유율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전 세계 생산량 중 사우디 비중(10.2%)이 전년(10.3%)보다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에너지컨설팅업체 알파그룹의 존 홀 사장은 산유 라이벌들과 공세적 경쟁에 나서도록 사우디에 권고하면서도 "하지만 사우디가 승자가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감산 정책으로 돌아서도 효과가 미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산유량이 하루 900만 배럴에 달하는 만큼 OPEC 회원국들이 감산해도 유가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쿠웨이트는 하루 320만 배럴인 산유량을 2020년까지 400만 배럴로, UAE는 2016년까지 300만 배럴 규모를 35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 관리들은 외환보유 규모가 7천500억달러인 점을 들어 저유가에서도 최소한 8년간 정부 운영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사우디의 균형재정을 위해서는 배럴당 106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의 아성에 도전해 온 UAE와 쿠웨이트는 저유가 상황에서 정부예산 편성에 받는 압박감도 비교적 적은데다 안정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서도 각각 배럴당 77.3달러와 54달러의 저유가 상황에도 버틸 수 있다는 점도 사우디의 독주를 위협하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내부에서도 저유가 상황 대비 움직임들이 눈에 띈다. 아람코가 최근 생산비 절감 및 인력감축을 진행하면서 안정적인 재정운용 명분으로 100억 달러 융자를 받은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10일(현지시간)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3% 오른 배럴당 57.87달러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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