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 학습기회 제공…"물긷느라 학교 빠지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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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이카의 지원으로 설치된 수도시설에서 물을 받고 있는 '벨리 나마리' 주민. << 코이카 제공 >> |
세네갈 사막마을에 '희망의 물' 선물한 한국
코이카, 세네갈 식수개선사업…125개 마을 10만명 혜택
어린이에 학습기회 제공…"물긷느라 학교 빠지지 않아도 돼요"
(벨리 나마리<세네갈>=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북동쪽으로 300여㎞ 떨어진 작은 마을 '벨리 나마리'.
사막 지대를 7시간을 넘게 달려 지난달 20일 도착한 이곳은 기후변화로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Sahel) 지대의 전형적인 마을이다. 모든 것이 바싹 말라 있어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불모의 풍경은 세찬 물소리에 순식간에 달라졌다. 마을 어귀에 놓인 수도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아낙네의 물동이를 빠르게 채웠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공적개발원조(ODA)로 마련해 준 수도시설로, 지하 130m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지상 25m 높이에 설치된 식수탑에 저장했다 공급하는 방식이다. 식수탑에는 태극기와 세네갈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주변 마을들까지 물길을 터 이 식수탑을 통해 13개 마을 3천500여 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다.
◇ 여성과 아이들에 새 삶 선물한 코이카 = 과거 벨리 나마리 주민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3㎞ 떨어진 개울까지 물을 길으러 가야 했다. 남성들은 가축을 돌봐야 해 물 긷는 것은 온전히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었다.
수돗가에서 만난 주부 파티마타 소우 씨는 "예전엔 깨끗한 물을 얻는데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온종일 걸렸었다"면서 "이제는 가축과 아이들이 마실 물, 설거지 등에 필요한 물도 손쉽게 얻게 됐다"고 말했다.
물이 마을까지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갈 시간이 생겼다. 나렐 소우(10) 양은 "더 이상 물을 긷느라 학교에 빠지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건강이다. 예전엔 씻을 물은커녕 마실 물도 부족했다. 가축 분뇨 등이 섞인 개울 물은 각종 질병을 유발했다. 주민 대부분이 설사를 달고 살았고 각종 피부병과 위장병에 시달려야 했다.
마을대표인 우마 알파 소우 씨는 "과거엔 물이 깨끗하지 않아 가축들도 많이 죽고 주민들도 설사나 피부병 등으로 고통받았는데 이제는 더는 병원에 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물이 풍부해지고 시간에 여유도 생기면서 마을 주민들은 한편에 농장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양파와 당근 등을 재배할 예정이다. 평생을 소와 염소 등 가축을 기르며 살아왔던 벨리 나마리 마을에 또 다른 소득원이 생긴 것이다.
주민들은 하루 두 차례 시간을 정해 물을 이용한다.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아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이다.
이번 식수개발사업은 우리 정부가 자금을 대고 우리 기업인 동부엔지니어링이 프로젝트를 총괄했지만 시공은 현지 업체에 맡겼다. 유지 및 보수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벨리 나마리의 경우 주민들에게 물 1t당 300세파프랑(약 600원)의 물값을 걷어 식수탑 관리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 마을의 식수관리를 책임지는 시도티 소우 씨는 "현장을 떠난 코이카 사람들이 그리워서 힘들 뿐 식수탑 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실행력이 한국 ODA의 최대 강점" = 코이카는 세네갈 정부의 요청으로 550만 달러를 들여 지난해 세네갈 중부와 북부 12개 마을에 관정(우물)을 뚫고 식수탑을 세웠다.
벨리 나마리의 식수탑도 이 중 하나로, 코이카의 식수개발사업으로 총 125개 마을, 10만 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게 됐다.
특히 계획부터 완공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은 신속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세네갈에서 수리(水利) 업무를 담당하는 디엔 파예 정무장관은 "한국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최대 강점은 실행력"이라며 "다른 공여국 중에서는 지원을 약속하고 3년이 지나서야 공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약 66%에 불과했던 세네갈 농촌지역 식수보급률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현재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세네갈은 2020년까지 식수보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런 전 국민 식수보급 목표 달성에 코이카도 기여할 예정이다.
코이카는 6월부터 세네갈 2차 식수개선 사업 지원에 들어가 2018년까지 500만 달러를 들여 마을 8곳에 관정을 뚫고 식수탑을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송기정 코이카 세네갈사무소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우리나라 지하수 개발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돼 우리 기업의 서아프리카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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