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동양 여성 연출가 삼중고…한국인 내공 발휘했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01 17: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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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페라 무대서 활약 한국 연출가 김요나
△ 1일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는 김요나 연출.<<국립오페라단 제공>>

"유럽의 동양 여성 연출가 삼중고…한국인 내공 발휘했죠"

유럽 오페라 무대서 활약 한국 연출가 김요나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국립오페라단이 이달 무대에 올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이 단체가 1962년 창단 이래 한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유럽에서 촉망받은 한국인 오페라 연출가 김요나가 고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독일 부퍼탈 시립오페라에서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해 10여 년을 오페라 연출가이자 대본가로 활동하고 있다.

푸치니, 헨델, 바그너, 모차르트에서 직접 대본을 쓴 창작물까지 유럽의 여러 국립극장에서 다양한 오페라를 연출해 '독일 최고 극예술상', '국제 비평가 선정 최고 현대오페라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내년에는 오스나브뤼크 국립극장에서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연출하고, 2018년에는 함부르크 국립극장의 위촉으로 현재 집필 중인 '벤야민'을 세계 초연한다.





1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남성 중심의 유럽 연출계에서 여성이, 그것도 동양 여성이 지금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삼중고였어요. 오페라는 유럽 예술이잖아요. 자기들이 태어난 문화권에서 우유를 먹듯이 문화를 먹고 자란 친구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죠. 그리고 남성들이 꽉 잡고 있는 연출계에서 여자이자 동양인이라는 것은 3중으로 아웃사이더라는 뜻이었죠."

그는 이런 '약점'이 "처음에는 콤플렉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도리어 약이 된 거 같다"며 "'태풍의 눈' 밖에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해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유럽 출신 여성 연출가는 있는데 동양인 여성 연출가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같이 소통하고 싶은데 말이죠. 지금보다 더 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주류가 됐으면 해요.(웃음)"

그가 오페라 연출가의 길에 들어선 이력도 독특하다. 원래 그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미학, 문학, 철학을 전공하고 빈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미학, 연극학 수업을 거쳐 현대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인문학도였다.

"유럽에는 극장이 많잖아요. 한국에서는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처음으로 연극, 오페라에 눈을 떴죠. 공부를 전폐하고 보러다녔어요.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오페라를 처음 접하고 그야말로 깨달음을 얻는 체험을 했어요. 무조건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고요."

그때부터 그는 오페라를 보기 위해 오페라극장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표를 끊는 일부터 자리 안내까지 틈만 나면 오페라극장에 가서 일을 했다.

"그때는 극장 냄새조차도 좋았어요. 너무 좋아하면 결국 그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운도 좋았어요. 유럽 오페라극장은 치열한 시장이고 도제식이라 견습생부터 시작해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저는 굉장히 빨리 제 작품을 맡게 됐어요. 천운이죠."



그는 "지금에 오기까지 비책 같은 것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작품을 하든, 어디서 일하든 오페라를 대하는 진지함"이라고 말했다.

"저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느낌이에요. '메트로폴리탄에서, 코벤트가든에서 해야지' 이런 피상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불행의 지름길이에요. 지금 하는 작품을 즐기면서 할 때 대답이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모차르트 오페라의 섬세하고 오색찬란한 특징을 드러낼 예정이다.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독일오페라(징슈필)로, 연극처럼 음악 없이 대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적에게 납치돼 터키로 팔려간 약혼자를 구하기 위해 '후궁(이슬람 세계 여성들의 거처인 하렘)'에 잠입한 주인공의 모험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능가하는 고음을 요구하는 고난도 테크닉이 백미다.

독일 오스나부르크극장 총음악감독인 지휘자 안드레아스 호츠가 지휘하고,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박은주, 테너 김기찬, 베이스 양희준 등이 출연한다. 연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극 배우들도 합류시켰다.

김요나는 이번 작품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무대와 입체적인 인물들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유럽에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10여년 넘게 오페라 연출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고국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는데 불러주셔서 반갑게 달려왔어요. 한국 관객의 생리를 모르고 전혀 백지상태로 왔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겁내지 말고 잘하자'고 스스로 되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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