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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방보안국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누구도 러시아를 겁주거나 굴복시키려는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며 러시아는 항상 반(反)러시아적 행동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러시아 역사재조명 시도 잇따라…"폭군 이반, 폭군 아니었다"
비평가들 "현 정부 정당화 위한 역사 왜곡"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러시아에서 공포통치로 유명한 폭군 황제 이반 4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시회가 열리는 등 비판받는 과거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가을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마네지 전시관에서 열린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나의 역사·루리크 왕조'라는 주제로 기원후 900년부터 700년간 러시아 중심부를 통치한 루리크 왕조를 조명했다.
이 전시회는 특히 러시아 최초의 절대황제 이반 4세(1530~1584)의 '폭군 이반' 이미지가 서방 언론에 의해 잘못 덧씌워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6세기 이반 4세의 군대가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을 묘사한 독일의 동판화를 전시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폭군 이미지가 서방의 서술에 의한 것이라고 소개하는 식이었다.
이 전시회는 또한, 대포 생산을 막고자 러시아로의 금속 판매를 금지한 서방의 조치를 소개하며 이반 4세를 서방의 제재를 받은 첫 번째 지도자로 묘사했다.
이반 4세에 대한 이같은 재해석은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로 비판을 받는 동시에 크림 합병으로 서방의 각종 제재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을 연상시키면서 정치적 의도성을 가진 전시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 최대 박물관 중 하나인 현대사 박물관에서는 '승리로 가는 길 위에서'라는 주제로 1943년 나치 독일에 점령됐던 우크라이나 수복 전투를 다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박물관 가이드는 당시 사건을 현재 상황과 연결해 "오늘날 우크라이나 영토 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같은 사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친러시아계 반군의 분리·독립 움직임으로 정부군과 반군 간 대립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대조적으로 러시아 역사의 그늘을 조명하는 박물관들은 정부 압력을 받거나 문을 닫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구소련 시대 강제수용소 자리에 건설돼 정치적 억압을 주요 전시주제로 삼는 '페름-35' 박물관은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이달 초 폐쇄한다고 밝혔다.
역사가들은 부정적인 부분을 감추고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는 러시아의 역사 접근법이 현 정부의 행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역사의 영광을 강조하겠다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방침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2년 역사 관련 준관영 단체인 '군-역사 소사이어티' 발족식에서 "애국심과 고국을 지키는 신성한 의무, 국가의 위상, 우리의 뿌리에 대한 충성심" 같은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자에서 '서방의 반 러시아 캠페인'을 비판하는 아마추어 역사가이자 전시기획자인 알렉산데르 미샤니코프의 발언을 소개했다.
WSJ은 러시아 내 일부 역사가와 서방 사회가 "피로 얼룩졌던 러시아 역사가 겉만 잘 포장돼 러시아 정부의 민족주의 행보를 부추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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