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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나이지리아 '핏빛 선거'…극심한 혼돈 속 투표소 공격까지
보코하람 준동·인증카드 결함·선관위직원 지각출근에 일부지역 투표 연장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가뜩이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치러진 나이지리아의 대통령선거와 총선이 극심한 혼란과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누더기 선거'로 전락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으로 인한 정치·사회 불안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최악의 경기, 재선을 노린 현 대통령의 무리한 선거 연기 등 속에 치러진 선거가 끝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또 올해 처음 도입된 유권자 인증카드의 기술적 결함, 준비 부족, 선거관리위원회의 기강 해이 등으로 일부 주에서 투표가 연기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 우려가 현실로…보코하람, 투표소 공격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BBC와 한 인터뷰에서 "그들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보코하람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를 되찾는 데 한 달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육군 참모총장 케네스 미니마흐 중장도 지난달 말 탈환한 북동부 바가에 있는 부대를 방문한 뒤 "선거 전에 보코하람을 물리칠 수 있고 난민이 된 사람들에게도 투표를 보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판이하게 달랐다. 우려했던 대로 선거 당일인 28일 보코하람이 투표소로 가는 유권자들을 공격해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잇따랐다.
첫 번째 공격은 요베 주 응갈다에서, 다른 공격은 곰베 주 워루라 불리는 풀리니 족 마을에서 일어났다. 두 차례 공격에서 무장괴한들은 투표소로 가는 유권자들을 공격해 이들 지역에서 각각 3명씩 살해했다.
BBC 방송은 이날 투표소에서 폭력사태로 적어도 1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고, dpa 통신은 사망자를 25명으로 보도했다.
한편, 선거 전날인 27일 밤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 부라타이에서 보코하람으로 의심되는 무장괴한들이 주민 23명을 참수하고 주택에 불을 질렀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선거방해를 노린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최소 4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 기계 오작동…대통령도 투표소 두번 발걸음
당국의 준비 소홀에 올해 처음 도입된 유권자 인증카드의 기술적 결함과 선거 관계자들의 지각 출근 등이 겹치면서 일부 주에서 투표가 연기되는 등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생체 인증카드 리더기가 오류가 발생하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아 결국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하루 연장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증카드의 기술적 결함으로 집권당 유력 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가 다시 투표소에 나와 수동으로 등록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재선에 도전하는 굿럭 조너선(58)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8시20분께 고향인 남부 바이옐사 오투오케 투표소에 도착했으나 유권자 생체 인증카드가 작동하지 않아 무더위 속에서 50분가량 기다리다 그냥 돌아갔다.
얼마 후 다시 투표소에 나왔지만 또다시 전자 등록에 실패해 결국 수동으로 등록하고 투표를 해야 했다.
수도 아부자의 한 투표소에서도 유권자 지문을 확인하는 카드 리더기 에러로 투표가 오후 12시30분에야 시작됐다.
결국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유권자 인증이나 투표 문제가 보고된 지역에서는 29일까지 투표를 하루 연장한다고 발표해 공신력을 실추시켰다.
이 밖에도 선거종사자들이 지각을 하거나 투표용지가 배포되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투표가 연기 또는 지연되는 사태가 잇따랐다.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성명을 통해 "북부 지가와 주 7개 선거구에 투표용지가 공급되지 못했다"며 "주 하원의원 선거를 연기하며 새 투표일은 추후 공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아부자 외곽 남동부 지역인 카루에서는 선거업무 종사자들이 오전 9시30분께야 도착해 새벽부터 나와 줄지어 기다리던 유권자들의 비난을 샀다.
나이지리아 최대 선거 감시기구인 TMG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까지 문을 연 투표소는 전체의 81%에 그쳤다.
또 이날 선관위 공식 웹사이트가 해킹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선관위는 "곧바로 복구됐으며 민감한 자료의 유출은 없었다"고 말했다.
◇ 후유증 우려…2011년 선거 후 유혈충돌로 1천여 명 사망
집권 인민민주당(PDP) 조너선 후보와 민선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가 쿠데타로 쫓겨난 제1야당 범진보의회당(APC) 무함마두 부하리(72) 후보는 선거운동이 마감된 지난 26일 비폭력 서약을 재확인하며 평화로운 선거를 강조했다.
그러나 군 출신인 부하리 후보가 보코하람 세력과 맞서는 데 더 유리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부패척결로 후한 평가를 받은 바 있어,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조너선 후보와 1960년 나이지리아 독립 이후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선거 연기와 준비 소홀 등 선거관리의 허점이 자칫 심각한 후유증에 불을 댕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2011년에도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유혈 충돌이 발생해 1천여 명이 숨진 바 있다.
1억7천300만 인구 중 6천880만 명이 유권자 등록을 한 이번 투표 결과는 투표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집계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지역의 투표 연기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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