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 공백 한달…내부 갈등에 해결은 '난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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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학교 악영향 우려…전면 재선거해야"


동국대 총장 공백 한달…내부 갈등에 해결은 '난망'

학생들 "학교 악영향 우려…전면 재선거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차기 총장 선임 문제를 놓고 불거진 내홍으로 동국대 총장 자리가 오는 28일로 한 달째 공석이다.

총장 직무대행이 업무를 대신하고는 있지만 총장 후보자의 논문 표절 등으로 인한 자격 시비에 총장 선임을 논의해야 하는 이사회까지 마비돼 사태 해결은 난망하다.

◇ 꼬일 대로 꼬인 동국대 총장 선출 = 차기 총장 선임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11일, 연임 의사를 밝혔던 김희옥 전 총장이 돌연 총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김 전 총장의 임기는 지난달 28일 끝났다.

김 전 총장은 "종립대학 총장직을 1회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는 종단 내외 뜻을 받든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연임이 유력시됐던 그가 갑작스레 사퇴한 데 대해 종단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종단 주요 인사들이 김 전 총장을 불러 '스님이 차기 총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종단의 뜻'이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총장 후보였던 조의연 교수도 "종단 권력에 의해 총장 선임 절차가 유린됐다"며 자진 사퇴하자 이런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결국 동국대 총동창회와 학생들이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후보자들의 연이은 사퇴로 보광스님이 최종 후보로 유일하게 남았지만, 곧이어 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조사 결과 의혹이 제기된 30편 중 18편이 표절로 결론났다.

이 와중에 총장을 선임하는 기능을 하는 이사회까지 엉망진창이 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

전 이사장 정련스님의 임기가 지난 11일로 끝나 후임을 뽑아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분란이 생긴 것.

지난달 23일 이사회가 열렸지만 정련스님이 신임 이사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하자 일부 이사들이 일면스님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정련스님이 지난 9일 영담스님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양측은 신임 이사장 선출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다 법원에 이사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과 명도소송을 각각 제기해 놓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학교 전반에 악영향" 학생들 우려 커져 = 총장 공백과 이사회 내부 갈등으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탓에 학생들이 겪는 직·간접적 피해도 크다.

교내 학보사인 '동대신문'이 학생 40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장선출에 종단 외압이 있었다'는 의견이 80.9%였고 '보광스님의 논문표절이 사실이다'라는 의견은 59%를 차지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총장 재선거를 통해 일단 공백부터 메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문과 박사과정인 정모(34)씨는 "공부해야 할 학생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교수들은 연판장을 돌리며 시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교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전면 재선거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2학년생인 지모(22)씨는 "종단 개입이나 논문 표절 등은 총장 후보로서 도덕적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보광스님이 총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회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건축학과 4학년생인 김모(25·여)씨는 "이사회가 학생들과 소통을 하려 하지 않아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결국 교수나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화학과 1학년생인 김모(20·여)씨는 "총장이라는 자리까지 윗사람들의 '나눠먹기'에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인물은 후보든 이사회든 모두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총장 선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며 "더 나아가 학우들을 결집해 학교가 종단의 외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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