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주시 '연막 행정' 속 낙하산 인사 유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24 09: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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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주시 '연막 행정' 속 낙하산 인사 유감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이승훈 청주시장이 지난 23일 산하기관인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제8대 이사장에 한권동 농업정책국장을 내정했다.

5명의 후보자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개 모집에 응했는데도 한 국장이 낙점을 받으면서 청주시의 '낙하산 인사'는 또다시 재연됐다. 시 국장급 공무원이 명예퇴직과 함께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가는 관행은 네 번째 계속됐다.

만약 한 국장을 제외한 응모자 4명이 모두 민간인이었다면 이들은 결과적으로 들러리가 된 셈이다.

시는 내부 인사 숨통을 트기 위해 공단 경영본부장까지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앉혀 왔다.

공단 이사장은 행정직 국장(4급 서기관), 경영본부장은 과장(5급 사무관) 몫이라는 등식이 성립한 배경이다.

이런 공단 임원 임용 관행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공단은 이윤 창출보다는 주차, 목련공원, 소각장, 해피콜 등 청주시 위탁 사업을 시민 편의 제공 차원에서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시·시의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고위 공무원 출신이 이사장으로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공단 이사장 내정 과정은 유감스러웠다.

시는 강대운 전 이사장이 관용차 상습 사적 운행 혐의로 공단 이사회에서 해임된 뒤 그의 후임을 물색해 왔다.

통합시가 출범했지만, 공단은 옛 청주시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단 이사장은 옛 청주시 출신 서기관 자리로 인식됐다.

그러나 옛 청주시 자원 중에는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무렵 옛 청원군 쪽 사정이 복잡했다.

행정직 서기관 1명이 이미 명예퇴직한데 이어 다른 행정직 서기관 4명이 오는 6월 한꺼번에 공로연수에 들어가 '승진 잔치'가 벌어지게 됐음에도 통합시 출범 이후의 인사 추세대로라면 옛 청원군은 이 잔치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명예퇴직이나 공로연수 대상자 모두 옛 청주시 출신이어서 옛 청주시 출신에게만 승진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5급 행정직 사무관 가운데 승진 서열 1위는 옛 청원군 출신의 오영택 정책기획과장이다. 오 과장은 발탁 인사 등 변수가 없는한 옛 청원군 출신 국장들이 공직에서 물러나기 전에는 서기관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배경 속에 선택된 공단 이사장 후보가 옛 청원군 출신의 한 국장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 국장의 명예퇴직 신청설이 진작 돌았는데도 함구령이 내려졌는지 인사부서 관계자들이나 일부 고위직조차 "잘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서는 한 국장이 만약 공단 이사장에 낙점되지 않으면 명예퇴직 신청서를 거두는 '조건부 명퇴'를 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국장이 자의든 타의든 공단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말이 퍼졌는데도 시는 '관피아' 논란을 우려해서였는지, 아니면 옛 청주시 출신 서기관의 이사장 지원을 기대했는지 몰라도 공모 마감일인 지난 16일까지 연막을 치기에 급급한 듯 보였다.

이 시장은 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가운데 '예상대로' 한 국장의 손을 들어줬다.

시설관리공단을 관리하는 부서는 끝까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시장이 지난 23일 이사장 내정자를 선택했는데도 "(한 국장) 명예퇴직이 처리되면 발표하겠다"고 사실 확인을 미뤘다.

일부 언론이 공단 이사장 내정 소식을 보도한 저녁이 돼서야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었는지 제8대 공단 이사장 내정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석연치 않았고, 부자연스러웠다.

옛 청주시 '티오(TO)'인 공단 이사장 자리를 옛 청원군이 가져간 만큼 공석이 될 국장 자리를 옛 청주시가 물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고, 농업정책국장은 농업직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시는 후임 국장 인사를 놓고서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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