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연단 오르는 아베…'주변국에 과거사 사과' 미지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23 23:35:49
  • -
  • +
  • 인쇄
아베, TPP·안보협력 '방미 보따리'…오바마, '국빈' 준해 최고수준 예우
일본총리 사상 첫 상·하원 합동연설…"미국에만 사과, 주변국 외면 우려"

<미 의회 연단 오르는 아베…'주변국에 과거사 사과' 미지수>

아베, TPP·안보협력 '방미 보따리'…오바마, '국빈' 준해 최고수준 예우

일본총리 사상 첫 상·하원 합동연설…"미국에만 사과, 주변국 외면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일 신(新) 밀월관계의 중요한 전기가 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일정이 확정됐다.

일본 '골든위크' 연휴에 해당하는 다음 달 26일부터 5월2일까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순방하는 게 큰 얼개다.

이번 방문은 의전규정상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지만 형식이나 내용은 '국빈방문'(state visit)과 같은 최고 수준의 '예우'가 될 전망이다. 백악관 국빈만찬과 공항도착 시 의장대 사열과 같은 국빈방문 때의 격식이 적용될 것이라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이번 방미에 거는 미국의 기대감과 중요도가 높음을 보여준다. 바꿔말해 아베 총리가 들고오는 '보따리'에 미국이 희망하는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들어차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어젠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미국에게 새로운 거대시장의 출현이라는 의미가 있다. 노동계 일부의 반발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미국 주도의 역내 경제질서가 형성되고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다는 상징성이 크다.

미국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어젠다는 미·일 상호방위조약 개정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변화된 환경에 맞춰 미·일 동맹의 성격과 역할을 격상하는 개념이다. 그 핵심은 '평화헌법' 아래 금지돼 있던 집단자위권 추진을 허용함으로써 양자 차원은 물론 역내와 글로벌 차원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역내의 안보질서를 미·일 동맹 주도로 끌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TPP와 미·일 동맹 격상을 통해 일본은 '명분'을, 미국은 '실리'를 각각 챙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서의 일본'을 미국으로부터 공식 인정받는 상징적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기 말 업적 관리가 시급한 오바마 행정부에 TPP는 그 자체로 큰 선물이다. 또 국방예산 삭감 흐름 속에서 동맹인 일본의 역내 안보 역할 확대는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에는 표면화된 양자 차원의 이슈를 넘어 보다 예민한 '숨은 의제'가 있다. 바로 동북아 외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있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다.

미·일 양국이 서로 '주고받기' 외교를 통해 자축하는 분위기로 흐르기에는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 갖는 연대기적 의미가 큰데다가, 이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전의 열기가 너무 뜨겁다.

양국 역시 이를 의식해 2차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의 당사자로서 일정한 '매듭짓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국 하원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방미기간 예상되는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일본 역대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진주만 습격을 비롯해 전쟁 당시 포로와 민간인들을 상대로 가했던 비인간적 행위를 공식으로 사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연설하게 될 하원 본회의장은 진주만 침공 이튿날인 1941년 12월8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對)일본 선전포고를 한 '치욕의 날'(a date which will live in infamy) 연설을 했던 곳이어서 그 상징성이 크다.

관전포인트는 주변국에 대한 사과 여부다. 상·하원 합동연설은 반드시 미국민이 아니라 전 세계를 '청중'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만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침략을 당한 주변국에 대한 메시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번 방미 기회에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표명함으로써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과거사로 말미암은 한·일 관계의 악화는 대중국 견제와 북한 위협 대응을 기조로 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차질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웬디 셔먼 발언 논란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한 주변국의 민감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은 "일본이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두 차례의 과거사 관련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미 한인단체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베 총리의 의회연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것도 아베 총리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이웨이'식으로 역사수정주의 행보를 걸어온 아베 총리가 이번 기회에 과연 주변국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정성 있고 명백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할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7월 호주 캔버라 연설처럼 '호스트' 국가에만 사과하고 주변국에 대한 침략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경우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번 연설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8·15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까지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다각도의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미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열릴 종전 70주년 관련 행사들은 과거사 외교전의 중요한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