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 예멘 '삼각 내전' 위기 봉착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시아파 반군 후티의 쿠데타로 권력 공백의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예멘이 사상 초유의 '삼각 내전' 위기에 몰렸다.
현재 예멘에서 권좌를 놓고 겨룰만한 군사력을 보유한 세력은 크게 3곳을 꼽을 수 있다.
후티는 지난해 9월 무력을 동원, 수도를 장악한 뒤 결국 지난달 6일 정부를 전복하는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의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북부 사다주의 산악지대를 근거지로 현재 사나, 중부, 서부 등 주요 지역을 손에 넣었다.
다른 한 축은 유엔과 이웃 걸프국가의 지지에도 정국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난달 21일 사나에서 남부 아덴으로 피신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2012년 2월 대통령에 올라 과도정부를 맡았지만 사나에서 후티의 압박에 변변히 힘을 쓰지 못하다가 아덴으로 옮긴 뒤부터 옛 남예멘 지역의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무시하지 못할 또 다른 세력은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와 이와 연계된 안사르 알샤리아 등 군소 무장단체, 수니파 부족이다. 이들은 남부 아브얀주와 알바이다·샤브와주 일부, 동부 하드라마우트주 일부를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3개 세력의 관계는 매우 불안하다.
쿠데타의 장본인 후티와 쫓겨난 하디 대통령 측이 적대 관계인 것은 물론, 이들 모두 AQAP와도 원만하지 않다.
후티는 21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하디 예멘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군경 기관을 공격하겠다고 밝히면서 부활을 노리는 하디 대통령 측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웠다.
예멘은 현재 정부군과 경찰력이 둘로 갈라졌다.
예멘 군경 안엔 2012년 2월 축출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충성파가 건재한 탓이다.
정계 복귀를 호시탐탐 노리는 살레 전 대통령은 합법적 정부인 하디 대통령을 흔들어야 할 필요때문에 후티와 물밑에서 손을 잡았다.
하디 대통령 측은 후티에 반대하는 남부의 군부와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조직한 민병대 민중저항위원회(PRC)를 군사력의 근간으로 삼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걸프국가의 지원이 세력 유지의 동력인 터라 이들의 적성국인 이란과 관계가 밀접한 후티를 불법 쿠데타 집단으로 규정하고 남부 아덴을 임시 수도로 선포했다.
이미 후티를 지지하는 군부대와 PRC 사이에서 19일 아덴에서 대규모 시가전을 벌였고 아덴의 하디 대통령 사저가 같은날 공습당했다.
제3의 세력인 AQAP는 종파적으로 수니파이고 후티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하디 대통령 측에 가깝지만 둘은 협력관계가 아니다.
합법성과 정통성을 위해 국제사회의 인정이 절실한 하디 대통령 측이 공인된 테러조직 AQAP와 손을 잡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AQAP 역시 자신에 대한 미군의 무인기 공습에 협조한 친미 성향의 하디 정권에 우호적일 이유가 없다. 또 중남부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후티와도 지난해 10월부터 끊임없이 전투를 벌여왔다.
삼각 내전이 본격화한다면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이들 3개 세력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지도 않았고 사우디, 이란, 알카에다를 배후에 두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예멘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가세하면 예멘은 폭력의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지경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