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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5주기> 생존장병 라정수씨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오는 26일이면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는다.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가 천안함 사고를 겪은 라정수(26)씨가 최근 잇따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22일 "지위 고하를 떠나 방관하지 말고 책임을 느끼고 체계적인 사고 수습과 매뉴얼 마련을 위해 더 힘써주길 바란다.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고 있다. 2015.3.22 areum@yna.co.kr |
<천안함 5주년> ⑧"3월이면 순직 전우가 더욱 생각나요"
생존장병 라정수씨 "잇따른 참사 안타까워…체계적 수습 매뉴얼 필요"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저도 모르게 '버스가 전복되면 어떡하지' 등등 최악을 상상하게 돼요. 그리고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준비하죠."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 5년이 지났지만 생존 장병인 라정수(26)씨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과 함께 살고 있다.
해군 부사관으로 5년간 복무하다가 2013년 전역 후 광주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라씨는 22일 "누군가 물으면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여전히 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다"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일어나도 개운함을 못 느낀 지 꽤 됐다"고 말했다.
라씨는 사고 이후 배를 타는 것 자체는 전혀 두렵지 않았고 실제 배를 타고 섬을 오가며 근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혹시라도 사고가 났는데 내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피해가 커지면 어떡하나. 일어나지 않은 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라씨는 사고 7개월 전인 2009년 8월부터 천안함에서 근무했다.
사고 당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당직 근무 후 씻고 TV를 보려고 함미 1층의 식당을 찾았던 라씨는 "동료들이 라면을 먹으며 김연아 갈라쇼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왠지 보고 싶지 않아 함수 지하 1층 전자정보실로 돌아왔다. 5분쯤 지났을까, '쾅'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부가 정전되면서 희미한 유도등 불빛을 따라 밖으로 올라가서 시계를 봤을 때는 오후 9시 25분.
라씨는 "이병 한 명이 샤워 중에 옷도 못 입고 나와 추위에 떨자 함께 있던 선임하사(중사)가 외투를 벗어주고 조끼를 우선으로 입혀줬다"며 "중갑판 쪽에서도 외침이 들려왔다. 절단면에 다친 사람이 많고 밧줄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함수에 있던 라씨와 동료들 역시 구명조끼를 보급하고 지하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동료가 있는 지 확인했다.
얼마 후 구조를 위해 해군 참수리호가 현장에 접근했지만 라씨와 동료들은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더는 접근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해경의 고무보트가 함정에 접근해 장병들을 구조했다.
선임하사들의 침착한 지휘 속에 부상자와 계급이 낮은 사병부터 한 명씩 구조됐지만 한 달 후 영외 생활이 가능해지면 함께 지내자고 약속했을 정도로 절친했던 동기를 비롯한 전우 46명은 끝내 영면에 들어갔다.
라씨는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소문에만 관심을 갖고 부풀려 전달하는 사람들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당시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거나 진실을 물어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나 군 조사단 역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SNS를 중심으로 떠돌았던 군 과실 사고 원인 및 북한 피격 위장설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라씨는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이 죽었는데 동료들이 과실을 덮으려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고 해역은 암초에 걸릴 만한 곳도 아니며 암초에 부딪혔다고 함정이 반 토막 나고 내가 느꼈던 그런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큰 진실은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씨와 생존 장병들은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1년에 3차례 현충일과 국군의 날, 그리고 사고일인 3월 26일마다 전우회 모임을 하고 있다.
라씨는 오는 25일에도 다음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계룡대로 향할 예정이다,.
그는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는데 우리들은 만나도 힘든 점은 따로 이야기 안 한다"며 "그러나 여전히 평소는 물론 3월이면 (순직한)전우들 생각이 더욱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고 다른 동료들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라씨는 우리 사회에서 계속 발생하는 잇단 참사에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잇따른 참사가 발생하는 데 안타깝다. 지위 고하를 떠나 방관하지 말고 책임을 느끼고 체계적인 사고 수습과 매뉴얼 마련을 위해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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