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남오세티야와 동맹 조약 체결…조지아 "병합 수순" 반발(종합)
군사·경제 부문 통합 합의…국제사회도 "조지아 주권 훼손 "비난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한미희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 반도를 병합한 지 1년 만에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포한 캅카스 지역의 남(南)오세티야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새 조약을 체결했다.
조지아는 이 조약을 러시아의 남오세티야 병합 수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등은 조지아의 영토적 통합성을 훼손하는 국제법 위반 행보라며 강력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역시 조지아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한 압하지야와도 비슷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 남오세티야 군사·경제 러시아에 통합
타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오니트 티빌로프 남오세티야 지도자는 18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양자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하고 곧이어 '동맹 및 통합 조약'에 서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과 병합 조약을 체결한 지 꼭 1년되는 날에 체결된 또 다른 조약이었다.
동맹·통합 조약은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의 국경을 지키는 것을 포함해 국방과 안보를 보장해 주며 이를 위해 남오세티야 일부 군부대와 안보 기관이 러시아군과 안보 기관의 구성원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쪽이 제3의 국가나 불법 군사조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이를 다른 쪽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남오세티야인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수월케 하고, 남오세티야 공무원들의 평균 월급을 남오세이탸와 접경한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 공무원들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러시아가 지원한다는 합의도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조인식 이후 "획기적인" 협정이라고 자평하며 러시아와 남오세티야의 관계가 더욱 결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제사회 반발…"조약 인정 못해"
조지아는 '의도적인 도발', '사실상 병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게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주권국의 영토적 통합성 원칙을 침해한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남오세티야) 점령으로 초래된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병합의 단계로 이끌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지아의 노력에 러시아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비건설적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협정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조지아에 속한 지역이며 미국은 조지아의 독립과 주권, 영토 보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이 조약이 조지아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고 노골적으로 국제법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나토는 이 조약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 조약이 불안정한 지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옛 소련 지역 수복 시도를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아 국방부는 오는 5월 나토군의 작전과 훈련에 대비해 미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시행키로 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 압하지야와도 동맹 조약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소련이 붕괴한 뒤인 1990년대 초부터 조지아로부터 분리·독립 운동을 추진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군과 친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들의 분쟁에 개입해 조지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으며 이후 수천 명의 군대를 이 지역에 주둔시켜 왔다.
전쟁 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하자 곧바로 승인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나우루 등 4개국이 러시아의 뒤를 따랐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직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압하지야와도 비슷한 내용의 '동맹 및 전략적 파트너십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1월 이 조약을 비준했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은 당시 압하지야와 남오세이탸의 러시아 연방 편입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흑해 연안의 은이 풍부한 압하지야와 러시아-조지아의 접경지대인 남오세티야는 모두 러시아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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