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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송파구의 한미약품 본사 |
제약사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 투자 서서히 결실
대규모 기술수출 등 글로벌 성과 속속 나와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글로벌 신약'을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19일 한미약품[128940]은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사와 자사가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및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사의 단일 기술수출 규모로는 최대인 총 6억9천만 달러(7천800억원) 상당이다.
손쉬운 제네릭(복제약)을 만들어 영업력에 의존해 판매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국내 제약산업이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연구개발비 점차 증가…글로벌 성과 가시화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 기조로 내수시장의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최근 몇 년새 국내 제약업계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 안팎에 그쳤으나 2012년에는 7.9%까지 올라섰다. 이번에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SK증권의 하태기 연구원은 "최근 유망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상위 제약사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임상 2∼3상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면역질환치료제 외에도 지속형 당뇨병치료제 등을 포함한 여러 바이오신약의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상 중인 표적항암제 '포지오티닙'은 중국과 미국에 기술수출되기도 했다.
녹십자[006280]의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와 면역글로불린 'IVIG-SN', SK케미칼[006120]의 혈우병치료제 'NBP601'도 글로벌 임상 3상 마무리 단계며, 종근당[185750]의 고도비만치료제 'CKD-732'는 호주에서 임상 2상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동아에스티[170900]가 미국 업체에 기술수출한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다.
국내에서 먼저 신약으로 허가받은 보령제약[003850]의 카나브, 일양약품[007570]의 슈펙트 등도 글로벌 시장에 속속 진출 중이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장은 "글로벌 제약업계를 보면 블록버스터 신약에 힘입어 300위권 업체가 단숨에 30∼40권으로 도약하기도 하는 만큼 혁신적 성공모델이 한 군데 나오면 산업 전체가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직 갈 길 멀어…장기적 관점 필요
국내 제약사의 연구개발투자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여전히 대형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로슈, 노바티스, 미국 머크, 존슨앤존슨, 화이자 등 연구개발비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는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도 두자릿수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의 절대 규모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연구개발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 규모 있는 제약사들이 나와줘야 글로벌 신약이 탄생할 수 있다"며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산업규모에 비해 업체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약의 특성상 개발과정이 길고 상용화 과정에서 변수도 많은 만큼 제약업계나 투자주체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2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신약 1건이 탄생하기까지 평균 9년의 시간과 187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갔다.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의 경우도 전임상을 마치고 지난 2007년 기술이전을 하고부터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출시되기까지 7년이 소요됐다.
임상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는 것도, 맹목적인 장밋빛 기대에 휩싸이는 것도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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