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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타냐후 총리가 투표 종료 후 텔아비브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네타냐후 '상처투성이' 승리…대미관계 개선 등 과제 산적
선거과정서 팔레스타인 문제·아랍 유권자 관련 발언 논란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이스라엘 총선에서 낙승을 거뒀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 팔레스타인 문제 등 나라 안팎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이란 핵협상 등을 놓고 최대 우방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또 선거 막판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이스라엘 내 아랍인 문제 등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에 내부 상처 치유와 사회통합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가장 큰 과제는 최근 악화된 대미 관계 개선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재정적,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미(對美) 갈등이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현안이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내 비평가들은 미국과의 갈등 자체가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3일 백악관과 민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 의회 합동연설을 강행해 가뜩이나 안 좋았던 대미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평화 특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이란 핵협상이 타결된다면 이스라엘과 미국 관계는 단기적으로는 이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텔아비브 인근 바르-일란 대학 정치사회학 교수 슈무엘 샌들러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며 "자신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로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허락지 않겠다는 자신의 강경 발언과 이 때문에 격앙된 유럽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한 대응도 큰 고민거리다.
이스라엘 전략연구그룹인 로이연구소 창립자 기디 그린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인구구성 문제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위상에 관해 깊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결국 '2국 체제' 입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스라엘 전문가 나탄 색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네타냐후가 다시 총리가 되면 이스라엘의 국제관계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진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운동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게발트(공포) 캠페인'으로 불렸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유권자들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그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익 정권이 위험에 처했다. 아랍인들이 대거 결집해 투표소로 몰려들고 있다"며 우파 결집을 호소했다.
이스라엘 헤르츨리야 지역의 학제간연구센터 정치학 교수인 가디 볼프스펠트는 "게발트 캠페인이 아니라 '세상을 폭발시켜 버리자' 식의 선거운동이자 권좌에 머물기 위한 초토화 작전이었다"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도 과열된 선거운동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투표에 참여한 엘라드 그라피(29)는 "투표를 할 수 있어 기쁘지만 누가 이겨도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자신의 메시지를 다시 가다듬을 필요를 느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투표 당일밤 승리를 주장하는 연설을 통해 "유대인과 비유대인 똑같이 모든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안보와 사회복지를 안겨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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