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靑회동서 '조정자 역할' 맡나>
12일 회동 발표뒤 오후 정무수석과 면담 의제조율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이 발표된 12일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 김 대표는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외부에는 알리지 않은 비공개 일정이었다.
당일 오전만 해도 울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수소전지 제조업체까지 방문한 김 대표는 서울로 돌아온 뒤 조 수석과 조용히 만나 청와대 회동과 관련한 의제를 조율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김 대표의 역할에 대해 정치권의 전망이 분분한 상황에서 중재자로서 그에게 걸린 여권 내 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실 김 대표는 그간 '할 말은 하겠다'며 당청간 소통강화를 강조하며 여당 내부의 독자적 목소리를 키워왔다. 박 대통령과는 보조를 맞춰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스스로 강조해 왔지만 증세·복지 등 굵직한 현안마다 여당이 주도권을 잡으며 그의 입지도 커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러나 이번 청와대 회동에서 김 대표의 역할은 독자적 쓴소리를 하기보다는 박 대통령과 문 대표 사이를 원만하게 아울러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는 조정자로서 임무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대표 스스로도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역할을 '코디네이터(조정자)'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 기간 경쟁자로 맞붙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국정 책임자와 제1야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처음 회담하는 만큼 중동순방과 민생 현안으로 의제를 제한했음에도, 결국 경제 정책 기조 등을 놓고 두 사람이 근본적 인식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유의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과 선명한 야당을 내세운 문 대표 사이에서 현실주의자인 김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 손에 쥘 수 있는 최소한의 성과물을 끌어내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주변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어떤 의미에서 정확하게 반대편에 서 있는 입장이고, 김 대표의 조정자로서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빈손으로 헤어지지 않으려면 이 같은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1절 행사장에서 부드럽게 박 대통령에게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한 것도 그였고,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비슷한 회동을 성사시킬 정도로 '보이지않는 손'으로서 김 대표의 정무 능력은 적시에 효과를 발휘해 왔다.
물론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만남이 부각되는 것에 비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여당대표로서 그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로서도 고심스러운 대목일 수 있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이고 일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회동에서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국민의 손에 잡히는 성과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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