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가거도 '생명 파수꾼' 헬기 추락…주민 비통
"닥터헬기도 외면한 가거도 응급환자 지켜줬는데…", "내가 죄진 것 같아"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서남해안의 외로운 섬 전남 신안 가거도 주민의 '생명 파수꾼' 역할을 해온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 헬기가 조종사 등 4명을 태운 채 속절없이 바다로 추락했다.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233㎞, 직선거리로 145㎞ 떨어진 국토 최서남단이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려도 4시간 반이 걸린다.
보건지소가 있지만, 응급환자에게는 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 헬기는 생명줄과도 같다.
가거도 주민이 비상시 뭍으로 가능 방법은 해경 헬기, 경비정, 119 헬기 등이다.
2013년 22명, 지난해 25명이었던 응급환자 가운데 70~80%는 해경 헬기 몫이었다.
목포에서 가거도, 다시 목포의 병원까지 왕복하는데만 1시간 반이 걸리니 헬기는 소요시간을 줄이려고 항상 촌각을 다툰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13일 추락한 헬기도 맹장염 증상을 보인 어린이를 이송하러 가다가 짙은 해무 등 악천후 속에 사고를 당했다.
특히 응급환자 이송 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상황을 눈앞에 두고 헬기가 추락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남도는 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의 운항거리를 145㎞로 넓혀 가거도와 홍도를 이용 대상 지역에 포함하기로 하고 준비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 응급의료장비를 장착한 닥터헬기는 거점병원인 권역외상센터(목포 한국병원)를 기준으로 반경 100Km 이내 15개 시·군에 마련된 217곳의 착륙장을 이용하고 있다.
섬 지역을 오가는 닥터헬기에조차 외면받은 가거도였던 셈이다.
그동안 의지해온 해경 헬기 추락 사고에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가거도 주민 임모씨는 "4명이나 탄 헬기가 추락했다니 이제 해경 헬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망설여질 것"이라며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