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2주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12 1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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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와 바티칸에 거센 변화의 물결
△ 연합뉴스 DB

선출 2주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교회와 바티칸에 거센 변화의 물결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지난 2013년 3월 13일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가톨릭 교회와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바티칸에 거센 변화의 물결이 계속 일고 있다.

비 유럽권에서 1천282년 만에 처음으로 교황으로 선출된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교황 즉위명으로 청빈한 삶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이름을 선택하면서 가톨릭 교회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 화려한 교황 전용 관저를 사양하고 다른 사제들과 바티칸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자신의 중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등 검소한 삶을 실천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빈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면서 2013년 3월 로마 교외 한 교도소를 찾아 소녀 2명과 무슬림 2명이 포함된 소년원생 12명의 발을 씻겨주고 입맞춤하며 강복하는 등 소탈하면서도 이색적인 행보를 계속했다. 여성에게 교황이 세족례를 해준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상 최초이다.

그는 특히 아동 성추행 사제들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전임 베네딕토 16세 때에는 거론되지도 않았던 동성애자와 이혼한 신도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실제적이고 연민 어린 접근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즉위 후 첫 공식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지 않으면 교회 전체의 도덕 체계가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질 수 있다"면서 동성애, 이혼, 낙태처럼 교회가 반대해온 관행들에 대한 자비와 교단의 개혁 등을 촉구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에 대해 가톨릭 교회 개혁을 향한 또 다른 청신호라는 찬사와 그의 종교적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실언이라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런 흐름속에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열렸던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에서는 중간보고서에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혁명적' 문구가 들어가기도 했지만, 보수파의 반발로 마지막 날 회의에서 모두 삭제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올해 10월 주교 시노드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11월 발표한 `교황 권고문(복음의 기쁨)'에서 교회 변혁을 주장하며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등의 직설적인 발언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혹독히 비판해 일각에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또 다른 면모는 가톨릭 교회 행정을 맡은 `쿠리아'라는 바티칸 관료주의를 철저하게 개혁해 나가는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교황청 관리들이 위선적인 이중생활을 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든 권력을 차지하려 하는 등 신을 위해 봉사하는 자신의 본분을 잊은 '영적 치매'에 걸렸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교황청을 '정신 분열증', '장례식에 간 듯한 얼굴' 등 15개 각종 증상과 병에 시달리는 몸으로까지 진단했다.

그는 나아가 권력에 굶주린 일부 교황청 인사들은 아주 냉담해 형제애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권력이 로마로 집중된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인식 아래 교황 즉위 오랫동안 돈세탁 등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던 바티칸은행과 교황청 행정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 한국의 새 추기경으로 염수정 대주교를 임명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임식 당시 염 추기경에게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등 한국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8월 직접 한국을 4박5일 동안 방문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세월호의 아픔을 달랬다.

80세를 바라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전세기편에서 교황의 인기는 잠시이며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처럼 교황직에서 사임할 가능성도 시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내면적으로,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오만하지 않도록 내 죄와 잘못을 돌이켜 본다. 인기란 잠시일 뿐이야, 2,3년? 그러고 나면 하느님의 집으로 가는 거지 뭐"라면서 "교황이 사임하는 것을 신학자들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베네딕토 16세가 그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미국-쿠바 관계개선,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 문제에도 깊숙하게 관여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으로도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 교회 내부 보수세력의 반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안고 있다.

전 세계 135개국에서 약 2천만명의 트위터 팔로어가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고 이어 워싱턴으로 옮겨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등 계속 바쁜 일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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