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도법관' 김홍섭 50주기…법정신 기린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서울고등법원은 제10대 고법원장으로 재직 중 별세한 김홍섭(1915∼1965) 선생 탄생 100주년, 서거 50주년을 맞아 추모행사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50주기 당일인 오는 16일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회의실에서 추념식을 열고 12일부터 18일까지 법원에서 '사도(使徒)법관 김홍섭 회고전'을 진행한다.
김홍섭 선생은 법조계에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검찰의 양심'으로 불린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과 함께 '법조 3성(聖)'으로 꼽히며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재판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고뇌 속에서 법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라면 법관이 언제나 겸허한 자세로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양심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5년 여성 수십 명을 농락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박인수 사건'에서 1심은 박인수에게 혼인빙자간음죄에 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판사였던 김홍섭은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957년 장충단 집회방해사건을 맡아 정치테러의 주범인 유지광에게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탈색한 군복바지에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양복저고리를 입고 옆구리에 사건기록과 단무지 도시락을 든 채 매일 집에서 법원까지 걸어 다닌 그는 청렴한 법관의 표상으로도 꼽힌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며 처가에서 보내준 쌀가마니마저 되돌려 보낸 일화도 있다.
생전에 많은 사형수를 찾아다니며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수인(囚人)들의 아버지', '법의(法衣) 속에 성의(聖衣)를 입은 사람' 등의 칭호를 얻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장면 전 총리는 그를 '사도법관'이라 일컬었다.
법원은 김홍섭 선생의 50주기를 맞아 그가 실천한 법정신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법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추념식에서는 '어느 법관의 삶 - 사도가 된 법관 김홍섭'이라는 제목으로 김홍섭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최종고 서울대 명예교수의 특별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추념식에 즈음해 발간되는 자료집에는 현직 법관들과 생전 지인들이 말하는 김홍섭 선생에 대한 기억이 녹취록 형태로 담기고 그가 관여한 주요 사건들의 판결과 논문을 비롯해 사진자료, 글, 신문기사 등이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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