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상공에서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 (교도=연합뉴스.자료사진) |
<일본대지진 4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수습 '난항'
오염수 대응 어려움·신뢰 추락…작업 인력 확보 애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사고 4주년(3월 11일)을 앞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은 완전 폐로(廢爐)를 향해 힘들게 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폐로까지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 대책인 오염수 차단 작업 마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 4호기 연료봉 인출 완료, 1∼3호기에는 접근도 어려워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이 이룬 가장 큰 성취는 4호기 내부에 남아 있던 연료봉을 모두 꺼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2013년 11월 18일부터 4호기의 저장 수조에 보관된 핵연료를 꺼내기 시작했고 작년 12월 22일까지 사용 후 핵연료봉 1천331개, 미사용 핵연료봉 204개 등 1천535개를 모두 인출했다.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도쿄전력 사장은 이를 '폐로 작업에서 의미 있는 매듭'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4호기는 2011년 3월 사고 당시 점검 중이라서 연료 용융(녹아내림)을 피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연료가 녹은 것으로 추정되는 1∼3호기에는 방사선량이 높아서 작업자가 함부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속수무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전력이 4일 오후 15시 30분에 측정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경계선 인근 7개 지점의 공간 방사선량은 시간당 1.083∼3.6775μ㏜(마이크로시버트)로 이곳에 1시간 동안 머물되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이론상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10μ㏜ 기준) 때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1∼3호기 근처로 다가서면 방사선량이 급격히 높아진다.
예를 들어 2호기에서 약 500m 북서쪽 지점은 방사선량은 98.8μ㏜(3일 오후 11시30분 기준)이며 이곳에 10시간 남짓 머물 때 노출되는 선량은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량 한도(1천μ㏜=m㏜)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녹아내린 연료봉의 양이나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우주선 속의 고에너지 입자인 '뮤온'을 이용한 측정을 시작했다.
1∼3호기의 상태를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잔해를 제거 등 실질적인 해체작업을 하려면 인간을 대신할 로봇 개발 등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 오염수 대응 묘수 없어…측정자료 늑장 공개에 불신 증폭
2013년부터 국제 사회의 우려를 낳았던 방사성 물질 오염수는 여전히 해법이 막막한 상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올해 2월 19일 기준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에는 오염수 약 57만t이 보관돼 있다.
이 가운데 36만t이 일정한 수준의 정화 처리를 거친 것이고 21만t은 아직 정화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 정화처리를 해도 모든 방사성 핵종이 걸러지는 것은 아니며 삼중수소(트리튬)는 물속에 남아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달부터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포함해 7종의 정화 설비를 모두 가동하고 하루에 1천260t의 오염수를 정화하고 있으며 처리 능력을 점차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런 노력에도 오염수 문제 등에 관해 도쿄전력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줄이는 방안으로 추진 중인 원전 주변 땅을 얼려 지하수를 막는 '동토차수벽'(凍土遮水壁)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사한 실험에서 물을 완전히 얼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적인 한계 외에도 도쿄전력은 오염수 문제 대응에서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도쿄전력은 작년 5월께 4호기 남쪽 바다로 이어진 배수구 인근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매우 짙다는 것을 파악하고도 이를 공표하지 않다가 지난달에서야 공개했다.
후쿠시마 지역 어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 일정 수준으로 정화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한다는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작업 인력 문제도 있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에 하루 6천∼7천 명의 작업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개인별 피폭량 한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결국,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작업원에 허용하는 연간 피폭량을 현행 100m㏜(밀리시버트)에서 250m㏜로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
위원회는 국제 기준(250∼500m㏜)을 넘는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작업원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