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 번역의 대가'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건국대 중어중문학과 임동석 명예교수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학문에 정진한 30년간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고 오후 8시면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학자가 있다.
학계에서 중국 고전 번역의 대가로 손꼽히는 건국대 중어중문학과 임동석(66)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3일 건국대에 따르면 임 교수는 1985년 3월 중어중문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 교단에서의 30년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말 정년퇴임했다.
임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퇴직했다 하니 주위 사람들이 '고생했다'며 쉬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쉼'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는 것"이라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임 교수는 1972년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1983년 대만 국립 사범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하고 나서는 충북대 조교수를 거쳐 1985년부터 건국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하는 시계 같은 삶이었다. 그 덕에 30년간 사기열전, 효경, 십팔사략, 노자, 장자 등 중국고전 200권을 연구하고 번역하며 주옥같은 발자취를 남겼다.
임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중국의 18개 정사를 줄여 만든 십팔사략(十八史略) 연구를 꼽았다. 6·25 전쟁 발발 직전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동네 어른들께 한문을 배운 임 교수는 14살 때 십팔사략을 처음 읽고 한문에 재미를 느꼈다.
임 교수는 십팔사략에서 "전국시대 소진이 여섯 나라의 동시 재상이 된 뒤 외진 고향에 돌아와 '내가 척박한 돌밭 두어 뙈기라도 있었다면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 구절이 있다"며 "빈주먹으로 공부했던 내게 어려서부터 깊이 와 닿았던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청년실업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현재의 청춘들에게도 고전의 지혜를 빌려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마치 좌표에 완전히 찍혀 오도 가도 못하듯 자력으로 계층이동이 힘든 젊은이들을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임 교수는 "노자에서 '나' 없이는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며 "남들의 잣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지 말고 내가 가장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고전은 사람을 다루고 이해하는 '제왕학'이 기본을 이룬다. 30년간 제왕학을 연구한 임 교수에게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을 물었다.
임 교수는 "지도자의 제1 덕목은 사람을 포용하고 용서하는 것, 대신 스스로에 대한 점검은 혹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용한 유방은 천하를 얻었고 능력만 있고 덕이 없는 항우는 결국 천하를 잃었습니다. 정치가 혼란스러운 것은 모두가 남 탓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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