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 통제했더니 바다로'…시에라리온, 에볼라 재확산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사례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방역 당국이 시름에 빠졌다고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병 사례는 지난 연말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줄어드는 추세여서 시에라리온 정부가 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가 하면 학교들은 수업을 재개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한 정치인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21일간의 잠복기가 두 차례나 무사히 넘어갔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많은 방역 요원들은 발병률 제로(0)로 향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출어에 나섰던 어선이 2월초 몸에 이상이 생긴 선원들을 데리고 수도 프리타운의 한 선착장에 상륙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이 선착장 주변은 빈민가가 형성된 지역으로, 공중보건 요원들이 분주히 활동하던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자 당국은 방역활동을 강화했으나 바이러스는 격리선을 넘어서 농촌 지역으로 퍼져갔다. 그후 시에라리온에서는 매주 60-80건의 신규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시에라리온의 한 에볼라대책 지역 책임자는 "우리는 열심히 일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 수치"라고 개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피에르 롤링 박사는 이에 대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금방 멈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역병이라는 것은 전염병이라는 것은 늘 부침이 심하다"고 말했다. CDC 부장 출신의 윌리엄 포이지 박사도 대규모 역병이 진정되기 전에 새로운 골칫거리에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보건당국은 지난 1970년대에 홍역을 대폭 억제하는데 성공했으나 외국에서 온 몇몇 여행자들 때문에 홍역이 다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최근 디즈니랜드에서 홍역이 발생한 것도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추정되고 있다.
200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소아마비를 근절하겠다는 목표의 달성도 전쟁과 백신 접종에 대한 예상치 못한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 포이지 박사는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에서 접종 사업이 중단된 사례를 상기시켰다.
35년전만 해도 천연두 퇴치사업은 이를 숨기려는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 포이지 박사는 에볼라 바이러스도 이와 다름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놀라운 것들은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2주간의 출어 계획을 중도에 포기, 3명의 병든 선원을 태우고 돌아온 2척의 어선으로 인해 비상이 걸린 시에라리온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
배가 상륙한 탐바 쿨라 선착장 주변은 수백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무허가 판자촌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부들은 물론 배를 청소하는 사람들과 생선을 파는 여자 2명을 포함해 20여명이 감염된 상태다.
문제의 어부들이 어떻게 감염되고 타인들을 전염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어부들은 발병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고 상륙하기 전에 인근 섬에 머물며 전통 약초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스는 현장 요원들이 구불구불하고 더러운 판자촌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아픈 사람 없요? 아무도 숨기지 않았죠?"라고 묻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 감시 요원은 밤 11시 30분경 군인들과 순찰을 돌며 격리조치를 피하려는 십여명의 주민들을 쫓고 있었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수도 프리타운의 동부에 위치한 로산다 마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진 원인도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2월초 탐바 쿨라 선착장에서 일하던 압바스 코로마는 여동생이 죽고 본인도 아프자 부인과 함께 택시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연고지인 로산다로 갔다.그는 입원을 거부하고 어머니에 이끌려 전통약초 치료를 받은 다음날 피를 토하고 숨졌다.
이 마을에서는 42명의 감염자가 생겼다. 코로마가 죽기 전이나 그의 시신을 매장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때문이었다.
현지의 보건 책임자는 급기야 125명에 이르는 전통치료사와 부족장, 지역 유지들을 불러 약초 치료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환자를 숨기는 사람들은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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